'기독교 발원지' 이스라엘서 反기독교 사건 급증세…왜?
상반기 이스라엘 反기독교 사건 107건…2년 전의 2배
지식 부족·교리 차이에 反기독교 정서 ↑…대미관계 악영향 가능성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기독교의 발원지인 이스라엘에서 기독교 혐오가 거세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WSJ는 대부분 참석자가 청년이었던 이 행사 중 오리엔트 정교회에 소속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주변에서만 적어도 12건의 침 뱉기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한 무리의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본부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안에 신자들이 있는지 묻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신자들에게 침을 뱉으며 모욕하는 것이 '미츠바'라고 불리는 유대교의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전부터 종종 발생했던 이스라엘에서의 기독교 혐오 사건은 최근 급증했다. 기독교 혐오를 연구하는 이스라엘 학자 이스카 하라니가 설립한 '종교 자유 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07건의 반기독교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24년 같은 기간에 기록된 수치의 두 배가 넘는다.
대다수 사건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와 그 주변에서 발생했으며, 가장 흔한 형태는 침 뱉기와 "기독교인 죽어라"와 같은 모욕이었다. 수도원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례도 있었다. 가장 많은 가해자 그룹은 젊은 이스라엘인들이었다.
최근 가자전쟁, 이란전쟁 등 전쟁 국면에서 이러한 사건은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상을 파괴하는 모습이 포착돼 큰 논란을 일었고, 이스라엘은 해당 군인들을 전투 임무에서 배제했다. 지난 5월에는 한 남성이 프랑스인 수녀를 폭행하기도 했다.
하라니는 "현실은 겉으로 보아 기독교인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행위를 저지르는 종교적 유대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당국의 외면이 "오히려 (기독교 혐오를) 장려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의 기독교 혐오는 지식 부족과 교리상의 차이점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개방 대학교의 오리트 라몬 기독교 역사학 교수는 "기독교에 대한 그들(이스라엘인)의 인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며 "그들은 십자군 전쟁부터 홀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주로 유럽 기독교인들이 유대인들에게 가한 폭력적 사건들을 통해 기독교 사회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는 기독교의 전도 활동에 위협을 느끼면서 교회 내의 조각상이나 성화를 '우상'으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의 대화 촉진 단체인 '로싱 교육·대화 센터'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의 약 절반 정도가 기독교를 우상 숭배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답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종교적 신념이 강할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가톨릭교회가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가자전쟁 수행 방식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인권 보호를 촉구한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교회 재산 과세 문제와 기독교 성지에 대한 보안 조치를 둘러싼 이스라엘 당국과 기독교 공동체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예루살렘 당국은 기도나 종교 교육에 사용되지 않는 교회 재산에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회 지도자들은 이를 기존 합의 위반이자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압력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이스라엘 경찰이 성지 주일(Palm Sunday)을 맞아 가톨릭 추기경의 예루살렘 성묘 교회 접근을 차단해 현지 기독교 공동체는 물론 바티칸, 미국, 이탈리아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결국 성묘 교회를 개방했다.
이스라엘의 반기독교 정서는 미국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지난해 복음주의 개신교 단체들이 이스라엘 비자 발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이스라엘 내무장관을 찾아갔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부탁해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허커비 대사는 내무부의 한 반기독교 성향 관리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건은 이스라엘의 "가장 좋은 친구들"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에 이스라엘이 보낼 수 있는 "가장 안타까운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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