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빠진 美·사우디 핵협정…트럼프 계산은

美, 사우디 통한 이란·中·러 견제…핵산업 사업기회 모색
이란 전쟁, 사우디와 핵협정 '시급성' 높여…이스라엘은 경계

작년 11월 미 백악관에서 만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1.18.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압박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중동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아브라함 협정'(아랍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을 중심으로 중동 질서 강화를 추구해 왔는데 이란 전쟁 여파로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민간 핵물질·기술·장비 이전 허용을 골자로 하는 '123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금지를 위한 안전장치는 물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조건도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이 사우디와 핵 협정을 체결한 배경에는 이란 전쟁으로 노출된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하고 추후 중동 지역에서 진행할 군사 작전에서 사우디의 협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부터 사우디와 민간 핵 협정 체결을 검토했는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갈등이 논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이 격화하고 핵 협상이 난항에 빠진 시점에 사우디와 핵 협정을 체결한 것은 장기적으로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를 활용해 이란과 중국,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C)의 앨리슨 마이너 중동 통합 프로젝트 소장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이 한층 대담해지면서 미국이 사우디와 핵 협정을 체결할 '정치적 시급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대외 정책에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핵 산업의 사업 기회 확대와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또다시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댄 샤피로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유대계 매체 JTA통신에 "핵 협정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주어질 당근이었는데 그 당근이 그냥 제공됐다"며 "미국이 또 다른 지역적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한 협상 카드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란 종전 방안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미국의 핵 협정이 역내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지역 권력 지형을 흔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 야권인 야이르 골란 민주당 대표는 "엄격한 감시 요건이나 이스라엘과의 관계 구축이라는 조건 없이 사우디에 핵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이스라엘 국가에 위험한 현실을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