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항' MOU 5항, 이 사달 불렀다…美·이란의 아전인수
美 '호르무즈 자유개방' 해석…이란은 '배타적 통제권' 인정에 무게
혁명수비대, 수수료 부과 방향으로 정부 압박…"중동이 대가 치러"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가 무색하도록 호르무즈 해협에서 연일 충돌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내용을 담은 종전 양해각서(MOU) 5항을 둘러싼 양국의 동상이몽이 결국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OU 유효 기간인 60일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수수료 없이 허용하고, 향후 이란·오만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이 새로 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해당 조항의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해당 조항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MOU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지만, 이란 강경파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배타적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란 측 대표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5항을 인용, "호르무즈 해협은 오직 '이란의 조치'를 통해서만 열릴 것이며, 미국의 위협을 통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협상에 정통한 한 미 당국자는 양측이 5항에 대한 해석을 두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on different planets) 전했다.
이 조항은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이란이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은 담고 있지만 미국 측 조치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고, 이란은 이를 이용해 미국이 설정한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을 공격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은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상설 통행료 체계 구축을 논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중재국들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의 향후 관리에 관한 논의를 별도로 떼어낸 뒤 수수료 부과를 기정사실화하도록 이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지정학 전문가 마이클 호로위츠는 "해석의 간격이 넓고, 합의 자체에 (상반된 해석을 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로위츠는 "미국은 (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이란을 설득하려 해 왔지만 이는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며 "이란은 금전적 동기가 아닌 안보 우려와 협상 지렛대에 의해 움직인다. 이는 권력 역학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정치 전략가 암자드 타하는 "이란은 이 합의를 자국이 (해협) 통제권을 가진다는 데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였고, 역내 국가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는 재앙이다.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중재국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이란 연안의 북측 항로에 대한 대안으로 오만 연안을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안전 항로를 공식화하려는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의 계획을 수용, 주로 야간에 선박 통과를 도왔다.
이에 따라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량은 이번 주 초 기준 전쟁 이전 수준의 절반을 넘는 일일 950만 배럴로 반등했다. LNG 수출길이 틀어막혀 어려움을 겪던 카타르가 주로 수혜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교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다시금 위축된 모습이다.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8일 선박 통과 건수는 25건으로 전날(49건)보다 크게 줄었다. 전쟁 이전까지는 매일 100척 이상이 통과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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