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 민간인 '인도주의 구역' 조성…'강제 이주' 우려 높아

'신원 검증' 팔레스타인 수용…국제안정화군이 치안 담당

공습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 남부 라파.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 안착을 목표로 설립한 국제기구 '평화위원회'가 역내 민간인 수용을 위한 '인도주의 구역' 조성을 추진한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평화위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시범으로 인도주의 구역을 만들어 신원 검증을 거친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을 수용할 방침이다.

인도주의 구역은 평화위 산하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가 신원 심사와 출입 통제를 담당하고,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국제안정화군(ISF)이 치안을 맡는다.

익명을 요구한 평화위 관계자는 인도주의 구역이 NCAG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무장 민간인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며 "주민 수만 명이 자발적으로 이주하면 이들이 실질적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 구역 조성이 검토되고 있는 라파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초토화된 상태로, 현재 이스라엘군 통제 아래 있다. 평화위 관계자는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접촉이나 해당 구역 분리 작업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활동가들과 국제기구 일각에선 인도주의 구역 조성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출입이 통제되는 특정 구역에 모아 놓는 강제 이주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평화위의 중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중재로 가자지구 1단계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이 의장을 맡고 약 20개국이 참여하는 평화위를 설립해 가자지구의 완전한 종전과 재건을 추진해 왔다.

다만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로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후속 협상은 지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사이 테러 대응을 위해서라며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해 왔다.

하마스는 지난 6일 가자 통치 기구를 해산하고 NCAG로 행정권을 이양할 준비를 갖췄다고 발표했지만 역내 군사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