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서비스 수수료'로 연 62조원 수익 구상"

WSJ "보안·안전·환경 서비스 명목…주변국에 동참 제안"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자료사진> 2026.06.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계기로 해협 통항 관리권과 수익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단계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나, 해협 관리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보안·안전·환경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관련국들이 연간 400억 달러(약 61조 8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현재 튀르키예가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부과하는 이른바 '골드프랑' 제도 등을 참고해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단순 통행료가 아닌 해상 안전과 환경 관리, 구조·구난 등 서비스 비용을 선박들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르다넬스 해협은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국제수로다. 국제법상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협 등 국제수로에 대해선 연안국이 통행료·수수료 등을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1936년 '몽트뢰 협약'에 따라 위생·등대·구조 서비스 등 명목으로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난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란은 오만 등 주변국에도 호르무즈 해협 서비스 요금 부과에 동참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에 돌입하면서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해 왔던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수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바틴 이그제큐티브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6.24 ⓒ AFP=뉴스1

미·이란 양측은 이달 17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내용을 포함한 종전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했으나, 이란 측은 전쟁 전과 같은 '무료 통항'은 불가하다며 해협 통항 절차를 새로 마련해 각국 선박에 사전 등록을 요구하는 등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3~25일 중동 순방 과정에서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 이용에 요금을 부과할 권리가 없다. 걸프 국가들도 호르무즈 해협 과금 구상에 반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오만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무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만은 해협 재개방과 관련, "국제해사기구(IMO)와 조율해 오만 연안에 가까운 임시 안전 통항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향후 호르무즈 관리 체계에 통행료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란의 구상이 현실화하기까진 법적·외교적 장애물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이란이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서비스 수수료 체계를 운영하는 데 IMO 회원국들이 동의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란 측은 믈라카 해협의 다국적 해상 순찰 체계와 유사하게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역내 국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WSJ가 전했다. 믈라카 해협에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이 해적과 해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순찰 체계를 운영 중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항행 재개 문제를 넘어 전후 질서와 해상 통제권,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미·이란 간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