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美-걸프국 동맹 관계에 균열…"美 '보호'에 의구심"
"종전 MOU, '호르무즈 통행료·재건 기금'으로 이란 영향력↑"
"일부는 군사 조달처 다변화…이란과 '불가침 협약'도 가능"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이 결과적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증대하는 결말로 이어지면서 이란을 경계하는 걸프 국가와 미국 간 전통적인 동맹 관계에 균열이 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CNN은 25일(현지시간) "걸프 국가들이 역내 갈등을 회피하려고 노력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전쟁을 개시해 걸프 전역에 걸친 맹렬한 보복 공격을 촉발했다"며 "이는 역내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마주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미국이 걸프 국가에 일방적으로 안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작 걸프 국가들은 이란 전쟁으로 말미암아 경제·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다.
하산 알하산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걸프 아랍 국가들의 관점에서 이란 전쟁은 역내 안보 질서에 재앙적인 전환점"이라며 "(종전 합의 후) 걸프 지역에서 미국의 이탈, 이란에 대한 금융·경제 자원 유입은 이란을 더 대담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 항목 중 이란에 힘을 실어 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MOU 5조엔 이란이 오만 등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방안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이란의 수입원이 될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신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MOU 6조에 명시된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기금 마련에 걸프 국가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해당 내용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히는 등 실제로 관련국의 참여가 확정됐다는 증거는 없다.
반면 걸프 국가들이 역내 불안 요소로 여기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대리 세력'에 관한 논의는 MOU에서 빠져 있다.
걸프 국가의 한 고위 외교관은 "전쟁 이후 걸프 국가들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불분명하다"며 "일부 국가는 이미 군사 조달처를 다변화하려고 하고, 특히 튀르키예를 대체 공급처로 활용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떤 역내 강국도 미국을 대신해 안보를 보증하는 역할을 할 수 없으나, 당국자들은 미국이 역내 안보 구조에서 더 작은 역할을 담당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며 "이란과의 역내 불가침 협약이 가능한 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란이 '불가침' 협약에 동참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알하산은 "신뢰할 만한 아랍 걸프 억지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란이 불가침 협약을 준수할지 의문"이라며 "걸프 국가들이 먼저 이란을 유인할 올바른 전략적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3일부터 미·이란 간 MOU 체결 후속 조치조율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을 잇따라 찾았다. 이들은 전쟁 중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가장 많이 당한 국가들이다.
루비오 장관은 23일 UAE 아부다비에 도착 직후 기자들에게 "그들(걸프 국가)의 생각을 듣고 싶다. 특히 자난 주말 스위스에서 있었던 일(이란과의 고위급 회담) 이후 우리의 모든 결정에 그들의 견해가 반영되도록 하고 싶다"며 "그들은 우리 파트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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