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보호 대상 소수언어서 러시아어 제외"…법률개정 완료

우크라 의회 "침략국 언어가 보호받을 순 없어"…러 반발 예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6.03.08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내에서 보호 대상이 되는 토착어 및 소수 민족 언어 목록에서 러시아어를 제외했다고 BBC 방송 러시아어판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럽헌장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보호 대상이 되는 언어 목록에서 러시아어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에 서명했다.

루슬란 스테판추크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은 "러시아어는 우크라이나가 유럽헌장 조항을 적용하는 언어 목록에서 제외됐다"고 전하면서 "이는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침략국의 언어가 (우크라이나) 토착민과 민족 공동체의 언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 규정을 누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의회인 '최고라다'는 앞서 2025년 12월 해당 법률안을 통과시켰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7개월이 지나 법률안에 서명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제부터 우크라이나의 지역어 또는 소수언어에 관한 유럽헌장 조항은 러시아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보호 대상이 되는 언어는 벨라루스어, 불가리아어, 히브리어, 크림타타르어, 독일어, 폴란드어, 롬어, 루마니아어, 슬로바키아어, 헝가리어, 체코어 등이다.

우크라이나가 근거로 삼고 있는 '지역어 또는 소수언어에 관한 유럽헌장'은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조약에 따른 것으로, 특정 국가 내 전통적 지역어나 소수언어를 보호하고 장려할 목적에서 채택됐다.

헌장은 "국가는 지역어·소수언어를 문화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해당 언어 사용 지역을 존중하며, 교육·공공생활·문화활동·사회생활·국경 간 교류 등에서 해당 언어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집권당 ‘국민의 종’ 소속의 예우헤니야 크라우추크 의원은 "이 헌장 자체는 소수 언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싶은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러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 차원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가가 러시아 문화센터, 러시아어 교육, 러시아어 서적 출판을 지원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러시아어는 위협받는 상태가 아니며, 소수언어에 해당하지도 않고, 유럽헌장의 틀 안에서 보호 대상이 돼 국가 지원을 받을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과 러시아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을 침공전 명분의 하나로 내세웠던 러시아 측은 이번 법률 개정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어는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주요 소수 언어로 남아 있지만, 사용자 비율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크게 줄어 들었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13%의 응답자가 집에서 러시아어로 대화한다고 답했고, 19%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같은 정도로 사용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어로만 대화한다는 응답자는 63%였다.

2020년과 비교하면 우크라이나어로 대화하는 주민의 비율은 52%에서 63%로 늘었으며, 반면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사람의 비율은 25%에서 13%로 줄었다.

또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58%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29%는 러시아어를 다른 외국어와 같은 수준이나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배워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