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美와 합의한 MOU에 격분…"재앙적 굴욕" 혹평
"호르무즈 통제권 포기했다" 맹비난…협상파는 "굴욕 아닌 국익"
강경파 의견 과대표된다 지적도…"'전쟁 끝내자'가 다수 여론"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5일(이란 현지시간)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자 이란 내 강경파 인사들이 "재앙적 굴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강경파가 이번 합의를 미국에 대한 항복이라고 규정하며 자국 협상팀을 맹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내 강경파 세력을 의미하는 '제브헤예 파이다리(인내 전선)'는 이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심지어 적대국인 이스라엘 상선의 통행까지 허용했다며 격분했다.
강경파 의원 캄란 가잔파리는 "우리가 이겼고 미국이 후퇴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이란 보수 성향 매체 카이한신문의 편집장 호세인 샤리앗마다리는 공개서한에서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수많은 군 지휘관과 과학자들이 희생됐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고작 선박 통행료 몇 푼에 적들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제재 완화나 피해보상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이끄는 협상 주도 세력은 강경파의 주장이 낡은 초안에 근거한 왜곡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협상단 고문인 메디 모하마디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로 레바논에서의 분쟁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이 종식되며 핵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양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 등은 향후 60일간 논의할 과제로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협상팀은 오히려 이번 합의가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보다 이란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합의문에 '이란의 조치(Iranian arrangements)'라는 표현을 관철해 이란과 오만이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의 핵심 제재인 '1차 제재(Primary Sanctions)' 완화까지 이끌어냈다는 논리다.
또한 약 120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하는 동결 자금 반환에 아랍 국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이란의 지역 내 우위를 인정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란 내부의 여론 지형은 복잡하다. 현지 언론인 코로산 신문은 정부가 강경파의 반대 시위와 방송 출연은 허용하면서도, 전쟁 종식과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바라는 절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있으며, 실제 민심은 평화를 원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란 강경파가 합의에 격렬히 반대할수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번 합의가 이란을 압박하는 '강력한 합의'라고 미국 내 유권자들에게 홍보할 명분을 얻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가디언은 이번 합의와 2015년 핵 합의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다고 봤다. 2015년 합의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군비 통제 협정이었던 반면, 이번 양해각서는 휴전의 전제 조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