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어떻게 협상우위 점했나…美의 친구들 노린 '삼각강압' 위력
걸프국 인질 삼아 호르무즈 봉쇄…"이란이 확실히 우위"
"美패권의 한계 노출…다른 적대국에는 전술 교본 될 수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이 구사하는 이른바 '삼각 강압'(Triangular Coercion) 전술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이란이 군사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취약한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우위를 점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초기 지도부 피살 등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곧 전세를 뒤집었다.
프랑스 시앙스포 국제연구센터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미국은 현재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사용한 '삼각 강압'은 직접 상대하기 힘든 강대국을 압박하기 위해 그 강대국에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3자를 공격하는 게임 이론 전략이다.
댄 소벨만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교수는 NYT에 "이란은 미국의 취약한 이웃(걸프 국가)을 그들의 강력한 후원자인 미국에 대항하는 지렛대로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전략의 핵심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걸프 지역 동맹국 타격이었다.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남파르스 가스전을 폭격하자, 이란은 즉각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시설과 사우디, 쿠웨이트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며 보복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건드리면, 걸프 동맹국의 에너지 시설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공식을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보복 공격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미국과 조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고, 국제 유가는 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결국 미국은 확전을 주저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섰고 지난달 8일 양측은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그라예프스키 교수는 이를 이란이 '전쟁 중 억제력'을 확보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해협을 역봉쇄하고 억류된 선박 구출을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시도했지만, 이란의 저항에 부딪혀 며칠 만에 철회했다.
소벨만 교수는 이를 두고 "이란이 미국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자 이란의 협상력이 더 커진 것이다.
NYT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지정학적 자산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니티아 라브 영국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이란이 해상 수송로를 인질로 잡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협 재개를 위해 이란을 합법적인 이해 당사자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패권에 근본적인 취약점이 드러난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미국 본토는 안전할지 몰라도, 동맹국의 취약성이 결국 미국의 행동을 제약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NYT는 이란의 성공 사례가 향후 미국에 맞서려는 다른 국가들에게 일종의 '전술적 교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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