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히자 사막에 길 났다…트럭 3500대 홍해로 달려
이란 전쟁이 막은 바닷길, 사막 가로지르는 ‘현대판 카라반’이 뚫어
걸프만 의존도 낮추고 홍해로…중동 물류 지도 영구 재편 신호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아라비아 사막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트럭 행렬이 새로운 경제 생명선으로 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낙타를 타고 동서양을 오가며 상품을 실어 나르던 상인 집단 '카라반'이 트럭을 타고 되돌아온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육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사우디 국영 광물회사 마덴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마덴은 임원들을 홍해 항구로 파견, 2주 만에 철도와 트럭 운송업체들을 확보해 전국으로 비료를 운송하도록 했다.
밥 윌트 마덴 최고경영자(CEO)는 "처음에는 600대였던 트럭이 1600대가 되고 2000대가 되더니 지금은 3500대가 걸프만에서 홍해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럭 행렬 덕에 마덴은 5월 말까지 밀려 있던 비료 수출 물량을 모두 해소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CRU의 피터 해리슨 애널리스트는 이런 위기 대응을 "사우디의 물류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육로 운송은 해상 봉쇄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뿐 아니라 미국과 이란이 협상하는 동안 걸프 국가들이 버틸 시간을 벌어주기도 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UAE의 작은 항구였던 코르파칸도 새로운 물류 중심지로 떠올랐다. 분쟁 이전 하루 100대에 불과했던 트럭 통행량은 7000대로 급증했고 주간 컨테이너 처리량은 2000개에서 5만 개로 25배나 늘었다.
항만 운영사 걸프테이너의 파리드 벨부압 CEO는 "마치 하룻밤 사이에 오케스트라를 모아 모차르트 교향곡을 연주해야 하는 것과 같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번 육로 개척은 단순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는다. 초대형 해운사 MSC와 머스크도 아라비아반도를 트럭으로 횡단하기 시작했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홍해 얀부 항구로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이 지역의 하나뿐인 길목이었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동 국가들의 전략적인 물류 지도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는 지난 몇 주 동안 홍해 얀부항에서 출발한 인산염 화물이 지부티와 태국,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밥 윌트 마덴 CEO는 "육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서 항상 홍해로 가는 길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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