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압박하면 이란 항복한다 믿는 트럼프…"헛된 망상"
NYT "아무리 압박해도 체면 살릴 탈출구 제시 없으면 합의 불가"
경제적 압력→백기투항 어불성설…"트럼프, 이란 움직이는 동기 이해 못해"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이란 전쟁이 2달을 넘겨 진행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금만 더 압박하면 이란은 굴복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란의 핵 시설 공습,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감행한 대규모 공습 작전, 이란 항구에 대한 역봉쇄, 호르무즈 해협 선박 이동 작전(프로젝트 프리덤) 등 이란에서 승리를 거둘 "마법의 공식"을 계속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술이 이란의 항복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은 "압력이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때마다, 그(트럼프)는 마치 마법처럼 승리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 새로운 강압 수단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조금만 더 압박하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압박이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볼 수 있어도 "대화의 문이 열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압박은 헛된 노력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리 압력을 가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체면을 살릴 수 있는 탈출구와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항복이나 굴복이 아닌)를 제시하지 않는 한, 어떤 합의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시간이 자기 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 브루킹스연구소의 외교정책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맬로니는 "미국은 분명 이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이란 경제는 역사상 그 어떤 경제보다 더 큰 압박을 견뎌냈으며, 그로 인해 정권이 붕괴하거나 더 합리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위주의 국가인 이란에 타협할 만한 정치적 동인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도 타협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전망을 고려할 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간 내에 봉쇄 조치가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 압력 때문에 이란이 굴복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도 회의론이 제기된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국장은 미국과 이란이 "협상 방식에 있어 문화적으로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고 서로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움직이는 동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지표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수년 전에 이미 협상을 타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몰아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타결에 유효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JCPOA를 파기하고 '최대 압박' 기조하에 경제 제재를 강화했다. 이에 이란은 오히려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으며, 현재 농축도 60%의 우라늄 44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90%까지 농축하면 10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
원유 수송이 막힌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폭발할 때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명백한 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컨설팅 회사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제재 전문가 브렛 에릭슨은 "이란은 유정 가동을 중단하는 단계에조차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바에즈 국장은 이란 지도부는 합의를 바라는 동시에,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미래에 더 큰 압박을 초래할 뿐이라고 믿고 있다며 "그들은 차가운 평화 속에서 얼어붙기 위해 뜨거운 전쟁을 견뎌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