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사우디 주도 오펙과 결별…美 밀착하며 중동질서 흔든다
증산 원하는 UAE, 오펙 통제에 불만 누적…이란전쟁 대응 놓고도 이견 심화
美·이스라엘과 안보·금융 협력 강화…"중동 다극 구조 전환 분기점"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결정을 발표하면서 중동 질서에 거센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기존 걸프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전환이자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겨냥한 정치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UAE의 이번 결정이 "중동의 지각 변동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UAE가 더 이상 전통적 동맹 구조나 제도적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UAE는 그동안 원유 생산 능력을 하루 약 500만 배럴 수준까지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오펙의 생산 쿼터 제한으로 인해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축적해 왔다.
UAE 측은 이번 탈퇴 배경에 대해 "특정 산유국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맞춘 생산 확대가 핵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소재 아랍 걸프국 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선임연구원은 NYT에 "이는 사실상 UAE의 독립 선언"이라며 "더 이상 자국 이익과 맞지 않는 구조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역시 "UAE는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량 중심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계산을 끝낸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전략적 균열을 더욱 노골화하는 계기가 됐다. 두 국가는 과거 예멘 내전에서 협력했지만, 최근에는 수단 내전 등 여러 지역 분쟁에서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UAE의 이번 탈퇴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적 위신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석유 가격 통제 능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UAE는 사우디의 가격 안정 중심 전략과 달리 생산 극대화 전략을 고수해 왔으며, 이러한 노선 차이가 결국 제도적 결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란과의 갈등 역시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UAE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강경한 대응을 요구했으나, 사우디가 외교적 중재와 확전 억제에 무게를 두면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UAE 대통령 외교고문 안와르 가르가시는 "걸프 지역의 집단적 대응은 실패했다"고 언급하며 기존 다자 협력 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런던 기반의 중동 전문 매체 '미들 이스트 아이(MEE)'는 이번 결정을 "미국과의 전략적 밀착 신호"로 해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UAE의 행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반(反)오펙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선임 연구원 엘렌 월드는 MEE에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UAE 간의 안보·경제적 거래 구조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UAE는 최근 미국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요청하고,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미국 중심 안보 체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베르나르 하이켈은 MEE 인터뷰에서 "현재의 지역 불확실성은 UAE가 정책적으로 보다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전쟁과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UAE는 사우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 행위자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탈퇴는 중동 지역 다자 질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YT는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UAE가 앞으로 아랍연맹, 걸프협력회의(GCC), 이슬람협력기구(OIC) 등 기존 지역 협력체와의 관계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GCC 내부 균열이 심화되면서 중동은 더 이상 단일한 에너지 블록이나 안보 체제로 설명되기 어려운 다극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UAE가 오펙을 탈퇴함으로써 사우디 중심의 가격 통제 체제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EE는 UAE가 "사우디 주도의 에너지 질서를 흔드는 장기적 변곡점"을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이번 조치가 오펙 자체의 구조적 약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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