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폭격 대신 역봉쇄 새 국면…"누가 더 견디나 인내심 대결"
트럼프, 군사시설 타격 대신 '이란 정권 수입원 차단' 전환
이란, 中 등 주요고객 반응 변수…美는 유가·물가·중간선거 리스크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전략에 따라 군사적 충돌을 넘어 경제적 고통의 크기와 지속력을 겨루는 새 단계에 진입했다고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대신 원유 수출을 막아 정권의 핵심 수입원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 해군은 트럼프 대통령 명령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 항만을 오가는 모든 선박 출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란 측은 앞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는 등 해협 통제에 나섰던 상황이다.
NYT는 미국 역봉쇄 전략의 1차 목표가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미·이란 간 종전 협상 당시 내건 조건을 이란이 수용토록 압박하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장에서 협상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 측에 우라늄 비축분 전량 반납, 핵연료 생산 인프라의 영구 해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포기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란이 이 같은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부 민심 동요와 정권 약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게 미국 측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국과의 전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가 분석했다. 이란은 전쟁 발발 후 5주 넘게 군사적 열세 속에서도 정보전과 미사일·드론의 정밀 공격을 통해 주변국을 위협한 데다, 특히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예상보다 큰 파급력을 보여줬다.
일부 기업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특히 이란 측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인플레이션과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이슬라마바드 협상에 임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앞서 소셜미디어(SNS) X 계정에 미 워싱턴 일대 주유소 가격 지도와 함께 "지금의 휘발유 가격을 즐겨라. 이른바 봉쇄가 현실화하면 곧 (갤런당) 4~5달러짜리 휘발유가 그리워질 것"이란 내용의 글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NYT는 현 상황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해상봉쇄에 비유하면서도 "결과는 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후퇴를 선택했지만,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다시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택한 역봉쇄 전략의 성패 여부가 이란의 주요 원유 수입국인 중국 등 반응에 달려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봉쇄와 함께 해당 국가들에 압력을 가해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NYT는 봉쇄가 짧게 끝나고 이란의 원유 수출 통제만 무너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지만, 장기화한다면 미국도 유가·물가·중간선거 리스크를 정면으로 맞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수일이면 끝날 것으로 봤던 전쟁이 이미 7주 차에 접어들었고, 세계 경제는 아직 어려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고 전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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