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바브엘만데브 개봉박두"…美역봉쇄 맞서 홍해 확전 경고

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예고에 잇단 경고…"호르무즈와 같이 봐"
후티 반군 "군사작전 확대" 경고…홍해 선박 공격시 유가 등 추가 파장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과 바깥쪽 오만만 및 인도양, 그리고 왼쪽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을 항해하거나 정박 중인 선박들이 표시돼 있다./마린트래픽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침에 맞서 이란 측이 '홍해의 관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해 중동 지역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란 측이 미국과의 전선을 홍해 일대로까지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어 파키스탄 직접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확전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종전협상이 결렬된 뒤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과 이란 항만을 대상으로 한 해상봉쇄 방침을 밝혔다.

미군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 동부시간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를 기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이란 항만을 오가는 모든 선박 운항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방송 IRIB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X에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바브엘만데브 곧 시작?!"(Naval blockade of Iran? Bab al-mandeb Coming soon?!)란 짧은 글을 게시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도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고 신빙성도 없다"며 "오히려 역내 에너지 수송과 세계 무역에서 더 큰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란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는 당국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예고에 맞서 홍해 항로까지 흔들 수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이란 최고지도자 외교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도 지난 6일 X를 통해 "저항전선의 통합지휘부는 바브엘만데브를 호르무즈와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백악관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단 한 번의 조치로 글로벌 에너지와 무역 흐름이 교란될 수 있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고 밝힌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모나 야쿠비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프로그램 국장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행하면 이란의 확전 전략은 걸프 국가들의 원유 수출도 차단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이나 후티 반군을 동원한 바브엘만데브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좁은 수로로서 수에즈 운하와도 연결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항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12%가 이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해에선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 전쟁 직후를 비롯해 과거에도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상선과 미군 자산을 겨냥한 드론·미사일 위협을 지속해왔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지난 3월 후티 반군의 홍해 일대 상선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자국 상선들에 자동식별장치(AIS) 사용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후티를 통한 바브엘만데브 해협 교란 또는 봉쇄까지 현실화한다면 국제유가와 보험료, 해상 운임이 동시에 급등하는 등 복합 우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28일 탄도미사일 2발을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발사하면서 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이란의 전쟁에 가담했다.

아직까지는 이스라엘을 향해서만 공격을 가했을 뿐, 홍해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공격하지 않고 있지만 공격 확대 경고를 내놓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예멘 수도인 사나에 있는 후티 외교부는 13일 "협상 테이블에서 보여준 이란 협상단의 단호함은 이슬람 공화국과 지하드 및 저항의 축의 새로운 승리를 의미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저항의 축'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경우 군사 작전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