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파키스탄 포함 3자 대면협상…전문가까지 총출동(종합2보)

밴스 부통령-갈리바프 의장, 파키스탄 중재로 47년 만에 역사적 대면
'자산 동결' 이견 속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습 계속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의 평화 회담 개최를 준비하는 가운데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한 남성이 도로변에 설치된 광고판 앞을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2026.4.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이는 1979년 국교 단절 이후 47년 만의 최고위급 만남이자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양국의 공식 대면 협상이다.

IRNA 통신 등 이란 매체들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이란과 미국의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회담 장소는 5성급 세레나 호텔로 알려졌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각각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본 협상에 앞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각각 면담하고 의제와 방식을 조율했다.

무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6.4.11 ⓒ 로이터=뉴스1

로이터는 이번 회담이 당초 간접 협상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파키스탄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마주 앉는 '3자 직접 대면'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앤드루 베이커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클 밴스 아시아 담당 특별보좌관 등 부통령의 최측근들도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파견한 데 이어 워싱턴에서도 지원 인력을 추가로 보냈으며, 전체 규모는 약 300명에 달한다. 이에 맞서는 이란 측은 갈리바프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포함해 외교·금융·군사 전문가와 보안 요원 등 71명의 정예 대표단을 구성했다.

중재국 파키스탄에서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 외에 군부 최고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 직접 배석해 협상의 무게감을 더했다.

회담 개시 후 이란 국영 TV는 경제·군사·법률·핵 분야 위원들이 투입된 '전문가 단계'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으며, 로이터는 양측이 2시간가량 첫 대화를 나눈 뒤 잠시 정회했다고 보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 이란과의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2026.4.11 ⓒ 로이터=뉴스1

협상 직전에는 이란의 자산 동결 해제 문제를 둘러싼 온도 차가 감지됐다. 이란 국영 언론은 미국이 카타르 등지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이를 부인하며 공식 발표된 합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상이 한창 중인 시각에는 회담장 밖에서 일촉즉발의 소식이 전해졌다. 악시오스 등은 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여러 척의 미 해군 함정이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이란과의 사전 조율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국가들을 위한 배려로 호르무즈 해협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를 반박했다. 이란 국영 TV는 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 함정의 해협 통과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미 군함이 해협을 침범할 경우 30분 내로 공격하겠다는 경고를 받고 퇴각했다"며 장외 심리전을 이어갔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열리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11일(현지시간) 모습. 2026.4.11 ⓒ 로이터=뉴스1

협상에 앞서 이란 측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해외 동결 자산 해제 △중동 전역의 교전 중단 등 4대 '레드라인'을 전달했다.

또한 이란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레바논 내전에도 휴전이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토요일에도 레바논 내 200곳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와 관련해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는 자국 내 긴박한 상황을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위해 계획했던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