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는 자에게 죽음을"…'휴전 반대' 이란 강경파 반발 시위

BBC 보도…성조기·이스라엘기 불태우며 강경 대응 주장
일부 시민은 안도감 드러내…상점들 문 열고 거리 활기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직후 테헤란 혁명광장에서 시민들이 임시 추모비 앞에 모여 서 있다. 2026.04.08.ⓒ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약 40일 이어진 전쟁이 2주간 휴전을 맞자 이란 강경파가 이에 불만을 품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우고 두 나라는 물론 타협하는 자에게도 죽음이 있을 것이라고 외쳤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파의 반발과 시민들의 불안이 교차하며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테헤란 도심의 대형 교차로에 걸린 "호르무즈 해협은 닫힌 채로 남을 것"이라는 현수막은 휴전 발표 직후 곧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의지를 상징하던 이 문구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이란이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동의하면서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휴전 사실이 알려지자 이란 강경파는 즉각 반발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즈 민병대원들이 심야에 외무부로 행진하며 항의했고, 강경 성향 신문 카이한은 "적에게 휴식을 주는 선물"이라며 휴전 합의를 비판했다.

강경파들은 거리 시위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다. 이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타협자에게 죽음을"을 외쳤다.

이란 언론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직접 협상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금지했던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 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과 직접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친정부 인사 마지드 누리는 휴전이 발표된 8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사람들이 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논쟁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다. 미국을 신뢰하는 이란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사회의 반응은 단일하지 않았다.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상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복적인 파괴 위협에 강경파 사이에서도 이란의 핵심 기반 시설이 더 이상 파괴되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었다.

휴전 발표 불과 몇 시간 전, 강경파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대법원장은 이란 국영 TV를 통해 이란은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쟁을 종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인터넷 차단으로 이란 전반의 분위기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부 시민들은 조심스러운 안도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테헤란 곳곳이 파괴된 상황에서 휴전은 잠시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됐다.

광장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상점이 다시 문을 열고 시민들이 가족과 친구를 확인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한 식료품점 주인은 "오늘은 전쟁이 없는 것 같다"며 가게를 다시 열었다. 그는 "지난 몇 주간 생계가 막막했는데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휴전을 승리로 포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휴전이 "순교한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피와 국민의 헌신이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