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7년 만에 이란산 원유·가스 수입 재개…'에너지 실리외교'
호르무즈 리스크에 미국과 거리 두며 대이란 관계 재조정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인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심해지자 2019년 이후 중단했던 이란산 원유·가스 수입을 재개했다. 이를 두고 인도 측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함께 대이란 관계 재조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공급 차질 속에서도 자국 정유사들이 이란을 포함한 40여 개국으로부터 원유를 확보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인도 정부는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 4만 4000톤을 실은 선박이 남부 항구에 입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도는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이자 세계 2위 LPG 소비국으로서 수입 원유의 약 50%와 가정·상업시설의 취사용 연료로 쓰는 LPG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우방국들에 해상 연합군 참여를 요청했지만, 인도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이란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자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전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BC는 "현재 인도 선적 선박 17척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최근 이란과의 외교적 협의를 거쳐 선박 7척이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자문회사 '테네오'의 아핏 차투르베디 남아시아 담당 고문은 "인도가 에너지 수입을 일종의 '보험'처럼 활용해 이란으로부터 선박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도 측이 이번 전쟁과 관련해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인도의 이 같은 '에너지 줄타기'는 최근 미·인도 관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작년에 인도산 수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다, '인도가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수입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25%의 제재성 관세를 추가했다. 다만 올해 초 협상을 타결해 50%를 18%로 낮췄다.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중동산 비중을 늘리기도 했지만, 최근 전쟁 발발로 중동산 공급이 불안해지자 다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했다. CNBC는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지난 2월 하루 약 100만 배럴에서 3월 24일 기준 약 190만 배럴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각자도생' 전략에도 인도의 에너지 조달 비용은 치솟고 있다. 인도산 원유 바스켓 평균 가격은 올 2월 배럴당 69달러에서 3월 113달러로 뛰었다. 결국 인도가 러시아, 이란, 중동 산유국 사이에서 공급선 확대에 나선 것은 가격 충격과 통항 리스크를 동시에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위험분석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아시아 연구팀장 리마 바타차리아는 "미국이 위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란 가정은 이미 수차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인도는 현재 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파트너십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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