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민병대로 이란 전복"…모사드 수년 기획 공염불 된 전말

이란계 쿠르드 수만명 조직…美·이 공중 지원 결합한 지상 침공 구상
사전유출과 주변 걸프국 반발, 쿠르드의 美불신 겹쳐…트럼프가 백지화

2월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에르빌 외곽의 기지에서 쿠르디스탄 자유당(PAK) 소속 이란 쿠르드 전투원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2026.02.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쟁 초기, 이라크의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를 동원해 이란 본토를 침공하고 내부 반란을 유도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려 했던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났다고 이스라엘 방송 채널12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 유출과 주변국의 로비, 그리고 쿠르드 측의 불신이 겹치면서 워싱턴이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전쟁 초기 수만 명의 무장 쿠르드 대원들이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중 지원 아래 이라크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진격할 계획이었다.

당시 외신들은 이라크에 거점을 둔 이란계 반체제 쿠르드 단체 5곳이 지난 2월 22일 '이란 쿠르디스탄 정치세력 연합'을 결성하며, 이란 내 침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이스라엘 군은 쿠르드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란 북서부의 군 기지, 미사일 시설, 경찰서 및 바시즈 민병대 거점을 집중 타격했다.

이 공격 계획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년간 공들여 준비했다.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빈틈없는 계획'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워싱턴에 보고했다.

반면, 이스라엘 군 정보부는 "허점투성이인 공상적 시나리오"라고 혹평하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으나, 네타냐후 총리이 밀어붙여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아냈다.

작전은 실행 직전 여러 암초를 만났다.

지난 3월 4일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을 통해 "공세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기습의 효과가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역내 쿠르드 독립은 절대 불가"라며 강력히 로비했고, 걸프 국가들 역시 이란의 분열이 중동 전체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르드 민병대 자체의 경계심도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무기 지원을 넘어 확실한 '정치적 보장'을 요구했다.

특히 최근 시리아에서 미군을 도와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지만, 결국 미국이 시리아 새 정부의 쿠르드 지역 장악을 방치했던 선례를 보며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해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후 두 번째 침공 기회 역시 취소됐으며, 전체 계획은 현재 의제에서 제외됐다.

전쟁 한 달이 지난 현재, 네타냐후는 자신이 채택했던 계획의 실패에 대해 실망했고, 트럼프는 "이미 방향을 바꾼 상태"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도 악화했다.

지난 23일 J.D 밴스 미 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화 통화도 이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정상은 전쟁 초기 외쳤던 '정권 교체' 발언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쿠르드인들은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소수 민족으로, 튀르키예·시리아·이라크·이란의 산악지대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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