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발 남았다?…이란의 최첨단 미사일 행방에 의문 증폭

FT "전쟁 전 공개 '최첨단' 이란 미사일, 실전에는 거의 투입 없어"
주변국 요격미사일 소진 기다리는 '보존 전략' 가능성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군 박물관에 미사일이 전시돼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주변 걸프 국가들에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한 달 가까이 무차별 보복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전쟁 전 공개했던 여러 종류의 최첨단 탄도미사일은 공습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이란이 상대국의 요격 미사일이 고갈될 때까지 최첨단 미사일 보유고를 아껴두고 있을 가능성을 두고 군사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공개 '요격 회피' 탄도미사일, 전쟁 한 달째 감감무소식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이스라엘 목표물과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를 겨냥한 '72차 미사일 공격' 영상 ⓒ AFP=뉴스1

지난해 5월 이란 정권은 최신예 탄도 미사일 '카셈 바시르'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적이 어디에 있든, 필요할 때면 언제든"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1200㎞, 탄두 중량은 500㎏에 달한다. 전자 교란이 불가능한 광학 유도 방식 탐색기와 재진입 단계에서 궤도를 변경해 요격을 회피하는 기동가능탄두(manoeuvrable warhead)를 장착해 '이란의 가장 진보된 미사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과 전쟁을 개시한 지 한 달째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미사일을 아직 실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짐 램슨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은 첨단 미사일로 탄도미사일 카셈 바시르, 기동형 미사일 에테마드,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2를 꼽았다. 기동형 단거리 미사일 라드-500 역시 아직 걸프 지역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아직 미사일 운용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상대방의 요격 미사일이 고갈될 때까지 기다린 뒤 공격에 나서는 '보존 전략'일 수 있다고 FT에 전했다.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야간 미사일 공격은 전쟁 초기 저성능 구형 미사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란은 점차 고체 연료 미사일 세질, 집속탄 탄두탑재한 호람샤르 미사 미사일, 2022년 공개된 탄두 중량 1톤의 신형 미사일 케이바르 셰칸 등 소수의 최첨단 미사일이 추가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을 가하고 있지만, 이란은 지난 19일 이스라엘 하이파 정유시설을 신형 미사일 '나스랄라 시스템'으로 타격하고,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해 광범위한 타격을 가하는 등 미사일 전력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19일에는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향해 초중량 호람샤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한 발은 비행 중 실패했고 다른 한 발은 요격됐지만, 이란 미사일 대부분의 예상 사거리를 훨씬 벗어난 4000㎞ 거리의 목표물을 겨냥해 군사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란 미사일 예비 전력 수백발 남아"…재고 소진 기다린 뒤 '결정적 타격' 가할 수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쟁 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건설한 지하의 대규모 미사일 저장 시설인 '미사일 도시'를 건설해 왔다. (출처=@therealBehnamBT 엑스(X) 계정)

물론 이란에 남아 있는 미사일 보유고와 성능을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램슨은 "테헤란이 가장 성능이 뛰어난 시스템 일부를 예비로 보유하고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신형 미사일 수량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전문가 대니 시트리노비치도 "디에고 가르시아 타격은 놀라웠지만 기술적 돌파구라기보다 정치적 신호에 가깝다"며 "1.5톤 탄두를 2000㎞ 보낼 수 있다면, 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은 매일 밤 공습을 계속하며 상대방의 미사일 전력을 먼저 소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란은 애로우,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 등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에 격추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굳이 최첨단 미사일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역시 요격 미사일의 높은 비용과 한정된 보유고로 낭비를 꺼리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여전히 수백 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FT는 아무리 효과적인 방공 시스템이라도 완전한 보호를 보장할 수 없다며,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요격 미사일이 보충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