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걸프 국가들, 대이란 공세 가세 움직임

사우디, 킹 파드 공군기지 미군 사용 허가…UAE, 이란 병원·클럽 폐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의사 밝히면서 걸프 국가 자극

16일(현지시간) 두바이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연기가 치솟는 상황에서 국제선 '플라이두바이 항공기가 착륙을 준비하는 동안 배달용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공항 운영사는 두바이 공항에서 "드론 관련 사고"로 인한 연료 탱크 화재 이후 이날부터 항공편 운항이 점차 재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6.03.1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란이 전쟁 발발 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주변 걸프 국가들을 공격했지만 걸프 국가들은 확전을 우려해 전략적 인내를 보였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고 공세가 지속되면서 걸프 국가들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참여하는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걸프 국가들은 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고 영공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개전 후 호텔, 공항, 정유시설, 연료 저장소 등 걸프 국가들의 인프라 시설을 공격했고,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해서는 2000건 이상 공습했다.

특히 이란이 지난주 자국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전과 사우디 홍해 지역의 핵심 에너지 시설, 쿠웨이트와 UAE의 시설 등을 공격하면서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억지력을 회복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보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미군의 킹 파드 공군기지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 공격에 참여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도 지난주 "이란의 공격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며 "걸프 국가들이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믿는 것은 오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UAE는 자국 내 이란 소유 자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전쟁에 병력 투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란의 군사력을 일부 남겨두는 휴전에 반대하는 로비도 벌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두바이의 이란 병원과 이란 클럽은 폐쇄됐다. UAE 정부는 "이란 정권 및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직접 연결된 일부 기관은 이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목적을 위해 악용되고 UAE 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어 폐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제재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외화 접근과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 이용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아랍 당국자들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기적인 통화를 통해 이란의 군사 능력을 완전히 파괴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이 공세적으로 돌아선 데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후 중국, 튀르키예, 인도 등 일부 선박의 통행만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랍 측에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처럼 통행료를 부과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걸프 국가들은 수출하는 대부분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상황에서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면서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갖겠다는 주장을 자신들의 생명줄을 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걸프 국가들은 전쟁에서 전면에 나서기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경우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전투 당사자가 되는 데다 미국이 갑자기 종전할 경우 이란과의 긴장 관계를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걸프 국가들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안보 동맹이자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그레고리 가우스는 "(걸프 국가들은) 강대국과의 동맹에서 약소국이 항상 겪는 구조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강대국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약소국은)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들어갈까 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