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이스라엘, 이란 정권에 학살 예상하고도 민중봉기 유도"

미-이스라엘 고위급 회의 내용 담은 美외교전문
이스라엘, 하메네이 사살 후 정권붕괴 예상…"美 오판의 기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8일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공식화하고 있다. 2026.2.28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에 희생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란 국민들에게 반(反)정부 시위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배포한 외교 전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 전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습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고, 지금도 공습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란 정권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싸울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많은 이란 국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설 경우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학살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민중 봉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시위대를 지원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공습이 3주째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전쟁이 이렇게 길게 지속될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미국 측에 하메네이 사살 이후 이란 정권 내부가 더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원하는 곳에 계속 발사하는 모습에서 권력 장악력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상을 당했지만 "여전히 실권을 장악하고 있고, 아버지(알리 하메네이)보다 IRGC 강경파들과 더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며 모즈타바가 사망할 경우 이란 정권의 약화할 수는 있지만, 이란 정권은 내부에서 무너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은 지난주 미국 당국자들과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 국방부, 외교부 고위 인사들 간 회의를 요약한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부소장이자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말로니는 "이스라엘의 이란 정보 침투 능력이 매우 뛰어난 점을 고려하면 그런 잘못된 가정(이란 정권의 조기 붕괴)은 흥미롭다"며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함께 저지른 전략적 오판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1월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에 7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끝이 났지만 이스라엘은 이란 국민들에게 계속 반정부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습 첫날 TV 연설을 통해 "테러 정권을 강하게 타격하고, 용감한 이란 국민들이 살인적인 정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성명을 통해 이란 국민들에게 "이것은 아마 여러 세대에 걸쳐 단 한 번뿐일 기회일 것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힘과 파괴적인 전력으로 여러분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금이 바로 여러분의 운명을 스스로 장악하고,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번영하고 영광스러운 미래를 실현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과는 달리 외교 전문은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들의 번영보다는 반정부 시위를 통해 이란에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정권을 약화시키려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로니는 "이란 국민은 현재 정권으로부터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려는 시도에서 그들이 희생양으로 이용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