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불? 중동유는 150불 '발작' 수준…의존도 높은 亞경제 직격
호르무즈 마비로 두바이유 폭등…아시아향 수출량 32%↓
공급 급감에 중동산 현물가 급등…韓 중동 의존도 69%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름이 됐다. 일반적으로 중동산 원유는 품질 차이로 인해 유럽이나 미국산에 비해 저렴하게 거래되지만, 최근 전쟁으로 수송로가 마비되면서 전례 없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5월 인도분 두바이유 현물 가격(Cash Dubai)은 지난 16일 배럴당 153.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브렌트유가 세웠던 역대 최고가(147.50달러)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러한 폭등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중단되면서 공급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석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3월 아시아향 중동 원유 수출량은 하루 1166만 배럴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쟁 전인 2월이나 전년 동기 대비 약 32% 감소한 수치다.
로이터는 이날 두바이유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프리미엄)가 배럴당 56.01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이 차이가 평균 90센트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상승이다. 일반적으로 선물 가격에는 저장·금융·보험 비용이 포함되어 현물보다 비싼 것이 상식이지만, 당장 공장을 돌릴 실물 원유가 급해지자 현물 가격이 선물 지표를 압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항구에서 수출되는 오만산 원유 가격조차 17일 기준 배럴당 154달러까지 급등했다"며, 중동에서 출하되는 지극히 제한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구매자들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이한 점은 글로벌 기준물인 브렌트유의 움직임이다. 전쟁 초기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현재 100달러 선을 유지하며 상대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나타샤 카네바는 "브렌트와 WTI는 대서양 연안 지표라 중동의 직접적인 충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바이유와 오만유 현물 가격이 현재의 공급 부족 상황을 훨씬 더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중동유를 구하지 못한 정유사들이 대안을 찾으면서 노르웨이, 알제리, 카자흐스탄 등 타 지역 유종의 가격도 북해산 기준유 대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아거스에 따르면 이들 유종의 프리미엄은 1990년대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유조선 부족과 항로 우회에 따른 운송비 폭등까지 더해져 구매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본래 중동산 원유는 황 함량이 높고 밀도가 큰 '중질유'로, 정제 비용이 많이 들어 경질유인 브렌트유나 WTI보다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아시아 정유소는 설비 자체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대체가 쉽지 않다.
스파르타 커모디티의 필립 존스 룩스는 "유사 유종을 구하더라도 노후화된 아시아 정유 시설들은 수율 변화를 우려해 원료 교체를 꺼릴 수 있다"며 "아시아 정유사들이 부담하는 원유 도입 비용은 전쟁 전보다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중동 비중은 68.8%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호르무즈 해협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이 주요 수입국인 만큼, 이번 중동 원유 가격 폭등은 한국 경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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