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도 이어 파키스탄도 호르무즈 통행…美포위망 균열내는 이란
추적장치 켠 파키스탄 유조선 2척 통과…이란 '선별 통행' 전략
이란 "파키스탄의 연대 높이 평가"…각국에 '美에 비협조' 유도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파키스탄 국적의 유조선이 중동 사태로 사실상 폐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켠 채 통과했다. 이번 통과는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이란 외무장관은 "강력한 연대"를 언급하며 파키스탄 측에 감사를 전했다.
각국에 "미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피해를 안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자신들의 호르무즈 봉쇄가 무자비한 전면적 조치가 아니라 각국의 의지에 따라 협상 가능한 상황임을 부각하는 의도도 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 데이터를 인용해, 파키스탄 국영 해운회사 소속 '카라치 호'가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례는 특정 국가들이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안전 통행권'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은 "카라치 호는 전쟁 이후 AIS를 켠 상태로 해협을 통과한 최초의 비(非)이란 화물선"이라며, 이는 사전에 조율된 안전 보장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파키스탄 매체 두냐 뉴스는, 파키스탄 당국이 자국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무사 통과를 보장받기 위해 이란 측과 접촉 중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는 지난해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중동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 국민과 정부를 향한 파키스탄의 명확한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속에서 이란 국민이 파키스탄의 연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11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12일에는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역내 긴장 상황, 안보 국면,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중동연구소(MEI) 분석가 파테메 아만은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인접 국가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경제적 혼란, 이란-파키스탄 국경 불안정, 국내 종파 갈등 심화 등 큰 비용을 수반한다.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 범위를 제한하는 이유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만은 "사우디 영토나 에너지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사우디 당국이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면 파키스탄은 전략적 파트너를 돕기 위한 큰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통행권을 전략적 지렛대로 삼아, 미국이 구축하려는 대(對)이란 포위망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외에도, 액화석유가스(LPG)를 싣고 온 인도 국적 유조선 2척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튀르키예 소유 선박도 이란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테헤란의 허가를 받아 통과했다고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또한 중국은 원유와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허용을 위해 이란과 협상 중이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선박 통과 허용을 위한 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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