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즈타바 "해협 봉쇄 계속돼야"…복수 앞세운 '강경 노선' 공식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순교자에 대한 복수"…앵커 대독 첫 성명
타협 없는 장기전 천명…"부친보다 더 도전적" 평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2016년 3월 2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이다.(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내놓은 첫 공식 성명은 이란이 타협 없는 강경 노선을 택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경제적 압박을 지속하는 동시에 전선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12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 급등 등 이번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단으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모즈타바는 또 전쟁을 확대할 준비가 됐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적의 경험이 부족하고 취약한 지역에 다른 전선을 열 가능성을 검토했다"며 전쟁이 계속되면 이러한 전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멘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란이 이끄는 중동의 반서방 무장연대인 '저항의 축'에 대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해 칭찬했는데 이들과 함께 중동 내 군사 작전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군은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미군 기지와 미국 관련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모즈타바는 또 자신이 잃은 가족과 이란 남부 미나브의 초등학교에서 폭사한 175명의 여학생을 언급하면서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인들에 대한 보복을 약속했다.

모즈타바는 이번 공습에서 부친뿐 아니라 아내와 여동생 등 가족을 잃었는데 개인적인 비극을 부각하며 국민감정을 자극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즈타바는 아울러 중동 주변국들을 향해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이웃 국가들은 가능한 한 빨리 미국 군사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며 "미국이 평화와 안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거짓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모즈타바가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지난 8일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뒤 처음 발표한 공식 입장으로 새 지도부가 전쟁과 대외정책을 어떻게 이끌지 보여주는 초기 신호로 평가된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의 이란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뉴욕타임스(NYT)에 "그의 부친보다 훨씬 더 도전적인 어조를 띠고 있으며 특히 군사 전략이 매우 명확하다"며 "이란의 향후 방향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모즈타바는 아직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실제 이란에서 누가 실권을 쥐고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성명도 국영TV 앵커가 대독했다.

이는 위치가 노출될 경우 추가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전해진다. 미·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첫날 입은 부상 때문이라는 전언도 있다.

아지지 연구원은 "누가 실제로 결정을 내리고 있든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이 체제의 전반적인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란은 타협이나 유화의 신호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