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출구 찾는 트럼프…'친미 신정국가' 실험 통할까

"종교·비민주 상관없다"…정권 교체 아닌 내부변화 기우나
반미로 뭉친 이슬람 신정 체제…美 공습에도 강경파 우위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3.03 ⓒ AFP=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친미 정권 수립 시 국가 재건을 지원할 수 있다고 종전 구상을 내비쳤지만 이슬람 신정 국가 이란의 권력 지형을 고려할 때 실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친미면 OK"…베네수처럼 '이란의 델시' 찾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무조건 항복'한 뒤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한다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MIGA·Make Iran Great Again) 만들어 주겠다고 천명했다.

이란에 항전 포기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자신을 상징하는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본뜬 표현으로 분쟁을 마무리할 출구 전략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방송 인터뷰에서는 이란의 차기 지도자 문제에 개입하겠지만 종교 지도자이든 비민주주의 성향이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단, "미국과 이스라엘, 중동의 다른 국가들을 잘 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모델'을 이란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점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뒤 미국에 순응적이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정국 운영의 키를 맡긴 뒤 현지 석유 산업을 재건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수 후 권한 위임'(Decapitate and Delegate)이라는 미국 주도의 새로운 정권교체 모델을 실험하고 있지만 반미 지도자 제거 이후 각국 상황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시위에서 하메네이 죽음을 애도하는 참가자들. 2026.03.01 ⓒ 로이터=뉴스1
'반미' 이슬람 시아파 교리가 곧 정체성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폭사한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대체할 '이란의 델시'를 찾겠다는 것인데, 뿌리 깊은 이슬람 시아파 신정체제 국가인 이란이 순순히 미국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팔레비 왕조 붕괴) 이후 철저한 신정 국가로 운영됐다. 사실상 종교가 법을 초월하는 구조에서 반미 기조는 정치적 이념을 넘어 종교적 교리이자 정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시아파 정신 자체가 불의를 견디고 무자비한 적에 맞서 살아남는다는 서사에 기반한다"며 "이란 대다수 관료와 외교관, 안보 담당자들이 이런 종교 이념을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권 내부적으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필두로 한 강경파와 개혁파, 실용파로 성향이 엇갈리긴 하지만 모두 '신정체제 생존'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쳐 있다.

알렉스 바탄카 중동연구소 이란 담당국장은 트럼프의 이란 지도자 선출 개입 시도에 대해 "과격한 시아파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마가 운동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란 현지 테헤란타임스의 미국-이란 핵협상 보도. 2026.02.07 ⓒ 로이터=뉴스1
'머리 잘려도 생존' 이란 정권…시간 쫓기는 트럼프

미국이 이슬람 신정 체제의 정교함과 견고함을 간과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란 정권의 권력 구도는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관료·성직자·군인들 사이 촘촘한 다층적 네트워크로 짜여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 미국과 충돌을 반복하면서 지도부를 제거해도 곧바로 대체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구축해 놨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머리를 제거해도 체제는 계속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트럼프의 최근 발언은 현재 목표가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내부 변화임을 시사한다"며 미국 공격에도 강경파가 우위인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과 협조할 만한 성직자를 최고 지도자로 선택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별로 없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시작한 이란 공격 첫 100시간 동안 37억 달러(5조 4723억 원)를 태웠다.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속이 탄다.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상 미국인 27%만이 이란 공습을 지지했다.

위험관리 컨설팅업체 컨트롤 리스크의 바시리 타브리지는 CNN방송에 "보복과 확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느 한쪽의 자원이 고갈돼야만 비로소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