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피하려던 전쟁 휘말린 걸프국…對이란 관계 '벼랑끝'

이란 공격에 무색해진 관계개선 노력…걸프국 분노 들끓어
"외교가 유일한 해결책"·"이스라엘 영향력 경계" 목소리도

1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으로 두바이의 제벨 알리 항구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3.1. ⓒ 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만 국가들과 이란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들 국가들이 수년간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두려워했다며, 이번 전쟁으로 인해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 이스라엘의 공격 후 사우디사아라비아, 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에 10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NYT가 집계한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이들 국가에서 최소 7명이 사망했다.

걸프 국가-이란,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나…'對美 영향력 한계' 지적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023년 4월 6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사우디, UAE,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은 미군 기지가 위치한 미국의 우방국으로, 이란과는 적대적 관계였으나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관계 개선도 도모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23년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대사관 재개설에 합의했다. UAE도 지난 2022년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완전히 재개했으며 카타르는 대체로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전격 공격하자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우려가 나온다. UAE 정치학자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AFP통신에 걸프 6개국을 겨냥한 이란 발사체의 63%가 UAE에 떨어졌다며 "우리는 (이란에) 극도로 분노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카타르 외무부의 마제드 알안사리 대변인도 "카타르의 모든 '레드라인'이 이미 넘어섰다"며 이란의 공격을 "우리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규정하고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의 공격은 걸프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비해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인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벨기에의 국제 분쟁 전문 연구소인 국제위기그룹(ICG)의 걸프·아라비아 반도 프로젝트 책임자 야스민 파루크는 "주요 걸프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이스라엘의 극단적인 이란 정권 교체 구상을 막지 못한 것은 지역 안보 문제에 있어 전통적인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대미(對美) 영향력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 속에서 걸프 국가들은 외교로의 복귀만 촉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연구원인 파레아 알무슬미는 AFP통신에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외교 우선'…이스라엘 영향력 확대 가능성에 경계심도
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03.01 ⓒ 로이터=뉴스1

다만 NYT는 걸프만 국가들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해 왔다고 전했다. 알안사리 대변인은 "우리는 보복할 권리를 보유한다"면서도 "우리의 초점은 조국 방어에 있다"며 공세적 태도로의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드러냈다.

리엠 알하시미 UAE 국무장관도 "군사적 해결책은 더 큰 위기로만 이어질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책이 위기를 끝낼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사니 전 카타르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과의 직접적 대립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