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걸프만 핵심 정유·LNG 집중 타격…'경제적 고사' 전략
사우디·카타르·UAE 에너지시설 공격받아…유가·천연가스 급등
美 및 중동 친미국 경제적 비용 확대 의도…'악몽의 시나리오' 우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걸프만 일대의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세계 최대 정유소인 라스타누라의 가동이 중단되고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이 멈추는 등 역내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란은 1일과 2일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라스타누라 정유소 등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라스타누라는 사우디 동부 걸프만 연안에 있으며 하루에 원유 55만 배럴을 처리한다. 이 정유소는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예방적 차원에서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성명을 내고 드론 2대를 요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 때문에 "제한적인 화재"가 발생했고 즉시 진압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의 공격은 사우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에서는 라스라판과 메사이드에 위치한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았고, 국영 카타르에너지가 LNG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LNG 공급국인 카타르는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담당한다. 한국도 LNG 수입량의 약 20%를 카타르에 의존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항구 원유시설은 드론 잔해로 화재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됐고, 쿠웨이트의 아흐마디 정유소에선 드론 격추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라크 또한 저장고가 부족하고 수출로가 막혔다며 원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에너지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라스타누라가 유럽 등지에 경유를 공급하는 핵심 기지인 만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경유 선물 가격은 하루만에 20% 이상 폭등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3달러선을 돌파했다.
카타르 LNG 생산 중단 등 여파로 네덜란드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이 하루에 전일 대비 40%나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라는 위험 부담이 큰 카드 대신에 걸프 국가들의 정유 및 저장 시설을 직접 타격해 장기적인 피해를 극대화하는 '경제적 고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면전의 위험 부담을 피하면서도 상대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이제 걸프만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사우디는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는 등 외교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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