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흥정하듯 美와 줄다리기"…이란 외무, 11년만의 핵 담판 재현
2015년 JCPOA 주역 아라그치, 트럼프와 핵 협상도 성사시킬까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공격을 막기 위해 11년 만에 다시 미국과의 핵 담판에 나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조명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아라그치 장관이 이란 이슬람 신정일치 정권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 그의 수십 년 외교 경력 중 가장 중대한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측 협상 대표로 작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이후 8개월 만에 재개된 미국과의 핵 협상을 이끌고 있다. 그는 "군사력 증강은 우리를 압박할 수 없다"며 "윈윈이 가능한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재차 밝혔다.
아라그치는 2015년 이란이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핵 합의의 주역이다. 당시 이란은 서방의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제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JCPOA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아라그치는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 들어 이란의 JCPOA 복원 노력을 주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아라그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부름을 받아 정권 자문조직인 외교관계전략위원회(SCFR)의 사무총장을 지내다가, 2024년 외무장관으로 외교 전면에 복귀했다.
이란 실권자 하메네이의 굳건한 신임을 받는 아라그치는 현재 이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외무장관으로 평가된다.
아라그치는 1962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부유한 양탄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독실한 무슬림인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팔레비 왕조 붕괴)을 지켜본 뒤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최정예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해 청년 시절을 보냈다.
이어 1989년 이란 외무부에 입사해 주핀란드대사·주일본대사·외무부 대변인·외무차관을 두루 지냈고, 2014년부터 JCPOA 협상을 지원하며 외교 수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라그치는 2024년 저서 '협상의 힘'(The Power of Negotiation)에서 이란의 협상 방식을 끊임없고 집요한 '시장식 흥정'이라고 표현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시장 한켠에서 카펫을 팔며 발휘한 흥정 실력을 회고하기도 했다.
아라그치는 실용주의부터 강경파까지 다양한 성향의 지도부를 두루 보좌한 덕에 이란 내 모든 정치 파벌과 좋은 관계다. 이란 고위 관료들은 그가 차분하고 인내심 강하면서도 투쟁력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란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핵 협상에서 미국에 의료연구 목적으로 1.5% 수준의 낮은 우라늄 농축만을 유지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기면서 자국의 핵농축 권리를 지키기 위한 묘책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내달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속개한다. 미국은 중동에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전력을 배치하고 이란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아라그치는 저서에 "햇볕 아래에서 눈을 팔아야 할 때는 지나치게 흥정하는 것은 손해"라고 적었다.
ez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