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협상 '운명의 날'…'상징적 농축' 타협에 전쟁 여부 달려

26일 제네바 3차 협상…이란 "5% 우라늄 농축 등 美 수용시 합의 가능"
美협상단 완화안 합의에 트럼프 수용 관건…美, 이란에 '일몰조항 배제'도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02.24. ⓒ AFP=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외교적 기회로 꼽히는 3차 핵 협상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이란은 미국 협상대표가 동의한 상징적인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등 보다 완화된 조건을 전제로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협상의 성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요구해온 전면 중단 대신 제한적 농축을 수용하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상징적인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희석 허용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재 제외 등 3가지 전제 조건을 미국이 준수하는 한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협상대표가 앞선 두차례 회담에서 이같은 원칙들을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란 협상팀과 접촉한 한 소식통은 지난주 협상에서 미국 협상단이 제출한 1단계 제안이 예상보다 느슨해 이란 협상팀이 놀랐다면서 미국 요구의 핵심은 우라늄 농축을 5% 이하로 제한하고 핵 프로그램을 민간용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이란과의 핵합의(JCPOA) 당시 허용된 수준인 5% 미만과 동일한 수준으로, 핵무기급(90% 이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다만 이 제안에는 즉각적인 제재 해제나 외교관계 정상화는 포함되지 않아 이란은 경제적 제약에 묶인 채로 남게 된다. 소식통은 다음 단계에서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대화를 개시하기 위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조건을 수용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상단이 이를 수용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정연설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과 '테러 지원국' 문제를 거론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포기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에도 "다시 야망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완전한 제로 농축'을 고수할 경우 협상은 교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정치권에서는 "상징적 농축은 수용 가능하지만 제로 농축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제네바로 출국 전 "공정하고 정의로운 합의를 가능한 한 빨리 도출하는 것이 목표로, 이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평화적 핵기술을 이용할 권리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이란에 이번 핵 합의가 무기한 효력을 유지한다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모임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협상을 '일몰 조항이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며 "합의가 타결되든 안 되든 우리의 전제는 '당신들은 남은 평생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지난 2015년 핵협정의 '일몰 조항'을 주요 결함 중 하나로 지적해 왔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치는 서명 후 8~2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만료된다. 이에 이번에는 합의 사항의 효력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오바마 합의보다 더 나은 합의'를 확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내 정치 차원에서 이번 합의로 그의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중동 내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외교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항공모함 전단 등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중동에 집결시키고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