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이란 총리 세우면 美원조 없다"…이라크에 초강수

이라크 시아파 연합, 알말리키 전 총리 지명 강행
대통령 선출 연기 속 정국 혼란…미-이란 대리전 양상

누리 알말리키 전 이라크 총리가 지난해 11월 11일 마그다드에서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2025.11.1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를 향해 친이란 성향 누리 알말리키(75)를 총리직에 복귀시키면 모든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라크가 알말리키를 총리로 복귀시키려는 매우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알말리키의 광기 어린 정책과 이념 때문에 그가 선출된다면 미국은 더 이상 이라크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원조가 없다면 이라크의 성공과 번영, 자유의 기회는 제로(0)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는 이라크 의회 내 최대 정파인 시아파 연합이 지난 24일 알말리키를 차기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한 데 따른 반응이다.

알말리키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두 차례 이라크 총리를 지내며 노골적인 시아파 중심 종파주의 정책으로 수니파의 극심한 반발을 산 인물이다.

이는 결국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또한 지난 25일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현 이라크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의 통제를 받는 정부는 이라크의 국익을 최우선에 둘 수 없다"며 사실상 '알말리키 불가론'을 통보했다.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의 원유 수출 대금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이라크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치권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27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회 표결은 쿠르드계 양대 정당인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라크는 총리(시아파), 국회의장(수니파), 대통령(쿠르드계)을 각기 다른 종파가 나눠 맡는 권력 분점 체제여서 대통령이 선출돼야 그가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내각 구성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알말리키의 재집권 시도는 중동에서 연이어 타격을 입은 이란에는 절호의 기회다.

이란은 자국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이스라엘의 공격,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몰락 등으로 역내 영향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이라크에 친이란 정부를 세워 반전을 꾀하려 하고 있다.

알말리키는 이란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에 이란에는 최적의 카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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