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물가 항의' 이란 시위 유혈사태…민군 양측 최소 6명 사망

사상 최악 통화가치 폭락에 분노 폭발…닷새째 이어지며 전국 확산
이란 정부 '대화' 언급하면서도 강경 진압…사상자 더 늘 수도

12월 말부터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이란 테헤란 중심부의 전통시장 상가가 파업으로 인해 닫혀 있다. 2025.12.3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극심한 경제난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며 최소 6명이 숨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기준 시위대와 보안군의 충돌로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분노한 민심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면서 이란 정국이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망자는 주로 이란 서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1일 로레스탄주 아즈나시에서 시위대가 경찰서를 공격하는 도중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같은 날 차하르마할에바흐티아리주 로르데간에서도 시위대 2명이 보안군과의 충돌 중 사망했다.

12월 31일 밤에는 로레스탄주 쿠다시트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지 민병대원 1명이 시위 진압 도중 숨졌고, 이 과정에서 보안군 13명도 다쳤다.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시위대 측 부상자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아즈나 지역에서만 최소 17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사상자는 더 늘어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의 도화선은 걷잡을 수 없는 '경제 파탄'이었다. 2025년 한 해에만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이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연간 물가 상승률은 52%에 달했다. 1년 사이 물건값이 1.5배 넘게 뛴 셈이다.

참다 못한 테헤란 상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동맹 파업에 돌입했고 여기에 대학생들과 시민들까지 합세하면서 시위가 삽시간에 이스파한과 시라즈 등 주요 도시와 20여개 주로 번졌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28일부터 이어진 가운데 30일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2025.12.3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시위 구호 또한 초기에는 경제는 해결을 요구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독재자에게 죽음을"과 같은 반정부·반체제 구호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강경 진압을 이어가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일 국영TV 연설에서 "국민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며 "시위대의 정당한 요구를 듣겠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대변인 또한 시위대 대표와 직접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유화적인 발언과는 별개로 현장에서는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 검찰은 "안보를 위협하는 폭동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했으며, 보안군은 이미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 30명을 체포하는 등 시위대 검거에 나섰다.

특히 IRGC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향후 더 가혹한 진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테헤란 거리 한복판에 앉아 경찰 오토바이 부대와 대치하는 한 시민의 영상이 '이란판 톈안먼'이라고 불리며 빠르게 확산했다.

당국은 이를 "조작된 영상"이라며 차단에 나섰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력과 연계된 주동자들을 체포했다며 외부 개입설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란 당국은 에너지 절약을 명목으로 지난달 3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주말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만들었으나 시위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이란 사회는 경제난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또다시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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