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명 사형집행' 사우디 역대 최다 경신…3분의 2는 마약사범

인권단체 "방어권 보장 부실" 비판

2022년 8월 31일 사우디 내무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한 보안 요원이 알려지지 않은 창고에서 암페타민 알약이 담긴 자루들을 쌓고 있다. 2022.08.31.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340명의 사형을 집행하면서 1990년 이후 가장 많은 사형집행 기록을 세웠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마약과의 전쟁' 초기 체포된 마약사범들의 처형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의 자체 추산 결과 15일(현지시간) 사우디는 3명을 살인죄로 메카에서 처형하면서 올해 사형집행 건수가 340명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338명을 처형한 지난해에 이어 1990년 이후 집계된 자체 사형집행 최고기록을 2년 연속 경신했다. 사우디는 최근 3년 동안 중국, 이란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사형집행 급증의 주요 원인이 사우디가 2023년에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에 있다며 시행 초기 체포된 사람 중 다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이제야 사형이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마약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사형집행을 약 3년간 중단하다 2022년 말 집행을 재개했다. 인권단체 리프리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사우디에서 집행된 사형 3분의 2는 마약 범죄에 관련된 것이었다.

'가난한 자의 코카인'이라 불리는 마약 캡타콘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사우디는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밀매 범죄에 사형을 선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사형수 중 다수는 사우디에 일자리를 찾아온 저소득 국가의 외국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수들이 낮은 교육 수준과 불리한 사회적 배경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며, 고문과 학대 등으로 거짓 자백을 강요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우디가 단죄하는 범죄자가 주요 마약밀매업자가 아닌 이들의 사업에 동원된 취약계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권단체 리프리브의 해리엇 맥컬로치는 "이들은 폭력 범죄자가 아닌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라며 "이들을 처형하는 것은 사형이 고의적 살인에만 적용되도록 의무화하는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당국은 사형이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며, 모든 항소 절차가 종료된 후에만 집행된다고 반박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