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아들, 레바논서 재판 없는 수감 생활 10년만에 보석 석방

2살때 발생한 레바논 성직자 실종사건 은폐 혐의로 2015년부터 구금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한니발 카다피. 2010.06.3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리비아 전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한니발 카다피(49)가 레바논에서 10년에 달하는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됐다.

카다피를 대리하는 로랑 바욘 변호사는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한니발이 90만 달러(약 13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레바논 법원은 한니발에게 1100만 달러의 보석금을 조건으로 석방을 명령했으나 변호인단의 항소로 보석금이 90만 달러로 감액됐다. 레바논 출국 금지 조치도 해제됐다.

바욘은 한니발이 리비아 여권을 소지하고 레바논을 떠날 것이라면서도 목적지는 "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는 "한니발이 레바논에서 10년간 자의적으로 구금될 수 있었던 것은 사법 제도가 독립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니발의 석방이 지난 1월 출범한 새로운 레바논 정부하에서 사법 독립이 회복된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압둘하미드 알드베이바 리비아 총리가 이끄는 국가통합정부(GNU)는 한니발 석방에 대해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앞서 한니발은 자신이 2살이던 1978년 레바논 시아파 성직자 무사 사드르, 그와 동행한 기자 및 보좌관이 리비아에서 실종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에 회부되지는 않았다. 사드르는 무슬림 운동 단체 아말의 창립자다.

당시 레바논은 실종 사건의 책임을 당시 리비아 통치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돌렸다.

한니발은 자신의 아버지가 지난 2011년 리비아 내전에서 정권을 잃고 살해되자 시리아로 도피했다. 이후 그곳에서 레바논 출신 아내,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던 중 2015년 12월 무장 세력에 납치돼 레바논으로 끌려갔으며, 레바논 당국은 그를 납치범으로부터 구출한 후 구금했다.

그의 구금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근거가 없다"며 비판해 왔다. 한니발도 지난 2023년 구금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다 건강이 나빠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