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 사진 불태운 20대 남성,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
국외 반정부 매체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살해돼"
관영 통신사 "기소 안 돼…스스로 목숨 끊은 것"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는 영상을 올린 20대 남성이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4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란 서부 로레스탄주 출신 오미드 사를락이 차량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그의 옆에는 자신에게 쏜 것으로 보이는 권총이 놓여 있었다.
그는 지난달 31일 숲에서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동영상에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국왕의 음성이 포함돼 있었는데, 사를락이 이란 군주제에 대한 공감을 보이기 위해 이같이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팔라비 국왕의 아들 레자 팔라비는 X(구 트위터)에 "사를락은 이슬람 공화국의 억압에 맞섰고, 이란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적었다.
이란국제방송과 라디오 파르다 등 국외 반정부 매체들은 사를락이 비판적 발언으로 기소됐고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사를락의 장례식에서 조문객 수십 명이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사를락의 아버지가 "그들이 내 아들을 죽였다"며 울부짖는 모습이 담긴 소셜미디어 동영상도 함께 조명했다.
그러나 이후 사를락의 아버지는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에서 본 것을 믿지 말라"고 말했다.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 통신은 반정부 매체들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며 사를락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활동가들은 2022년 9월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이 종교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뒤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후 3년 만에 당국의 탄압이 더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이 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마이 사토 유엔(UN) 이란 인권 특별보고관은 "외부의 공격이 더 깊은 내부 억압을 촉발했다"며 "사형 집행이 우려스럽게 급증하고 활동가들이 대규모로 체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