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서안지구 합병 법안 승인…네타냐후 여당은 불참
하마스 "합병 시도는 무효·불법"…美국무도 "트럼프 평화구상 위협" 우려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의회가 22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을 공식화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로이터 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극우 정당인 노암당의 아비 마오즈 의원이 발의한 서안지구 내 모든 정착촌의 합병을 추진하는 법안이 25대 24의 근소한 표 차로 이스라엘 의회를 통과했다.
마오즈는 표결에 앞서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스라엘 땅을 주셨다"며 "이 땅에서의 정착은 구원이며 민족의 부흥이다. 2000년의 유배 끝에 이스라엘 땅을 다시 번영시키는 것은 정착이다"라고 말했다.
법안은 이스라엘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르당에선 율리 에델스타인 의원을 제외하고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브라만 의원이 발의한 서안지구의 '마알레 아두밈' 정착촌 합병 법안도 이날 32대 9로 의회 문턱을 넘었다. 다만 두 법안 모두 세 차례 추가 표결과 의회 외교안보위원회의 추가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리에브라만은 "제한적인 단계를 통해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마알레 아두밈 (합병)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가장 많은 합의가 이뤄진 대상이며, 주권 적용은 마알레 아두밈, 아리엘, 구시 에치온, 요르단 계곡처럼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지역부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날 법안 표결에 대해 "식민 점령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점령 세력의 서안지구 합병 시도는 무효이며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승리한 후 불법 점령한 뒤 정착촌 건설을 이어가며 점령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해 정착촌 건설이 불법이며 신속히 철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여전히 서안지구를 합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동예루살렘과 마알레 아두밈 정착촌 사이의 핵심적인 지역에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려는 'E1 정착촌 건설 계획'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나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합병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 안 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표결에서 여당인 리쿠르당이 표결에 불참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러한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구상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의회의 서안지구 합병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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