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총성 멎는 가자…첫발 뗀 휴전 합의에 희망과 불신 교차
트럼프 행정부 중개로 극적 타결…인질 석방·이스라엘군 철수 등 1단계 합의
폐허 속 주민들 "희망 갖기 두려워"…향후 재건·통치구조 등 과제 산적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년간 약 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지구 전쟁의 포성이 마침내 멎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을 바탕으로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끈질긴 외교를 이어간 끝에 양측이 휴전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다.
이스라엘 내각은 10일(현지시간) 하마스의 모든 인질 석방 및 이스라엘군의 부분 철수를 골자로 한 1단계 휴전 합의안을 승인했다.
가자지구에는 즉시 휴전이 발효됐다. 이스라엘군은 24시간 안에 가자지구 내 합의된 새 주둔 선으로 물러나며, 하마스는 72시간 이내에 이스라엘 인질 48명을 전원 석방해야 한다.
인질 가운데 생존자는 20명, 사망자는 28명으로 추정된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종신형 수감자 250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약 2000명을 풀어 주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인질들을 모두 귀환시키려는 목표를 거의 달성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 이스라엘군의 용기 있는 군사적·외교적 압박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 주민들이 휴전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과거 휴전이 번번이 깨졌던 경험 때문에 기쁨과 불안이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시티 출신 수학 교사 도와 함두나(39)는 NYT에 "(휴전) 합의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과 다시는 우리 동네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운 마음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부 누세이라트 출신인 간호대 학생 시함 아부 샤위시(33)는 "약간의 안도감은 있지만 희망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런 일을 전에도 겪었다. 뉴스는 나오지만 현장에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과장인 아메드 알파라 박사도 "이번에는 (휴전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9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부상한 환자들이 실려 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가자지구가 겪는 인도주의적 재앙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주택의 70%와 학교의 90%가 파괴됐으며 일부 지역에는 기근이 선포됐다.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모하메드 파레스(25)는 "가자지구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파괴된 현실에 절망했다.
이번 휴전은 잠정적인 봉합일 뿐 항구적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 후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할 것인지, 하마스의 무장 해제는 어떻게 이룰 것인지 등 가장 어렵고 본질적인 문제들을 모두 미래의 협상 과제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이번 합의가 완전한 전쟁 종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도 무장 해제 요구를 거부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휴전을 전면전에서 목표물만 정밀 타격하는 저강도 대테러 작전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질을 모두 돌려받게 되면 이스라엘이 행동을 머뭇거릴 이유도 사라진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양측 내부의 강경파다. 이스라엘 연정의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이 합의를 "살인 테러리스트를 풀어주는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마스의 가자 통치가 지속된다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이번 합의는 차세대 테러 지도자들을 석방하는 위험을 초래한다"며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 지속을 주장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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