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 가자 구호 활동가 "이스라엘 감옥서 신체적·정신적 학대"

"유대인 활동가, 국기 바라보게 한 채 억지로 사진 촬영"
"독방에서 끌려나와 구타…음식·물·의약품도 제공 안돼"

9월 25일(현지시간) 그리스 크레타섬 인근 해역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 선박 위에서 그레타 툰베리(오른쪽)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승리를 뜻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2025.09.25.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 선박에 탑승했다 나포돼 이스라엘 남부 사막 교도소에 5일간 구금됐던 활동가가 내부 가혹행위 실태를 폭로했다.

진보주의 인터내셔널 공동사무국장 데이비드 애들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자코뱅(Jacobin)을 통해 발표한 기고문 '이스라엘 사막 감옥에서 보낸 5일'에서 "GSF의 다른 참여자 수백 명과 5일 동안 참혹한 환경에서 억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사막 감옥'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이집트 접경지에 위치한 케치오트 교도소를 가리킨다.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 봉기) 당시인 1988년 개소했고,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팔레스타인인을 주로 수용한다.

가혹하고 비인도적인 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곳으로, 기고문에 따르면 현재 1만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구금돼 있다.

애들러는 "우리 배 오웨일라(Ohwayla)는 우리를 침몰시키려는 바지선의 표적이 됐다"며 "소지품과 배를 빼앗기고, 납치돼 옷이 벗겨지고, 케이블 타이에 묶여 눈이 가려진 채 경찰 밴에 실려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구호선단에 참여한 유대인 활동가 2명은 활주로 도착 직후 따로 끌려 나가 이스라엘 국기를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도록 강요당하고 억지로 사진을 찍히기도 했다.

교도소에 구금된 활동가들은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찬 채 독방에 방치됐고, 종종 끌려 나와 구타당했다. 음식과 물도 받지 못했다. 또 의료 지원은 물론 변호사나 법률 대리인 접근도 거부당했다.

애들러는 "우리는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았고, 이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공언했던 대로였다"며 "벤그비르는 자기 뜻대로 전 세계에서 구호품을 전달하려던 활동가·교사·간호사·의료진들을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고 원하는 대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매일 밤 가자지구를 폭격하러 가는 F-16과 F-35 전투기의 굉음이 들렸다. 사방에서 짖어대는 개들의 울음소리가 우리를 괴롭혔다"며 "매일 진압 부대가 최루탄, 방패, 곤봉을 갖고 저먼 셰퍼드를 데리고 감방으로 들이닥쳐 위협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는 고지도 받지 못했고, 변호사나 검사가 배석한 법정에 선 적도 없다"며 "오직 판사 1명만이 '집에 가고 싶은가'라고 우리에게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구금은 이스라엘 국가가 얼마나 '무법적 상태'로 변했는지를, 또 국제 인도법의 기본조차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미국인 활동가의 경우 영사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석방돼, 요르단 국경에 도착해서야 만난 미국 총영사로부터 "우리는 당신들의 보모가 아니다"라는 비아냥을 들었다고도 전했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한국 시간)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 씨(활동명 해초)도 이 교도소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에 김 씨를 조속히 석방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