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포함 OPEC+ 핵심 8개국, 원유 증산 '깜짝 합의'

시장점유율 확대 노린 전략적 행보… 가격 하락 감수하며 공급 확대

석유수출국기구 오스트리아 빈 본부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포함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핵심 8개 산유국들이 오늘 10월부터 원유 생산을 다시 늘리기로 합의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으로 구성된 이른바 'V8' 그룹은 하루 13만7000배럴(bpd) 증산을 결정했다. 최근 몇 달간 이미 220만 배럴 증산한 데 이어 추가되는 것이다.

V8 그룹은 온라인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향후 생산 사이클을 통해 최대 165만 배럴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분석가 호르헤 레온은 "OPEC+가 시장에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며 "멈추는 대신 야심을 드러냈다. 물량은 작지만 메시지는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OPEC+는 가격 하락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65~7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 12% 하락했다. OPEC+ 외 글로벌 생산자들의 공급 확대와 관세로 인한 수요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OPEC+는 최근 몇 년간 총 600만 배럴에 달하는 감산을 단행해왔으며,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V8 그룹이 10월 생산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증산 결정은 배럴당 60달러 이하의 가격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레온 분석가는 "실제 증산 규모는 생산 능력 제한과 보상 메커니즘 때문에 더 작을 것"이라면서도 "물리적 증산량보다 시장의 인식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처럼 고유가가 필요한 국가와 저가를 감수하는 국가 간의 입장 차이는 OPEC+의 결속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마지막 3개월은 계절적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로, OPEC+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러시아 관계의 향방이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지정학적 변수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최근 러시아산 원유와 이를 구매하는 국가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인도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으며,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국 회의에서는 EU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특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제한될 경우, OPEC+ 국가들에는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