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대생, 눈만 빼고 다 가려야…니캅 써야 등교"

히잡 착용 약속보단 후퇴했지만 부르카보다는 나아
미 군정기 생긴 대학·칼리지 계속 운영할 듯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이슬람 전통 복장 니캅과 아바야를 착용한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민간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니캅'과 목 아래 몸 전체를 덮는 '아바야' 착용을 지시했다고 5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탈레반 교육 당국 지침을 인용해 보도했다.

니캅과 아바야는 이란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근 중동 국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복장이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덮은 채 눈 주위에 작은 구멍들만 내놓은 '부르카' 다음으로 얼굴을 가장 많이 가리는 이슬람 복장이다.

집권 1기(1996~2001년)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고 근로와 교육을 아예 금지한 것과 비교하면 진보한 결정이지만, 지난달 15일 카불을 점령한 뒤 "히잡을 쓴 여성의 교육과 근로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는 후퇴한 것이다. 히잡은 머리 둘레에 감아 얼굴은 내놓은 스카프 형태로, 이슬람 전통 복장 중 가장 개방적인 복장이다.

2021년 8월 31일(현지시간)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교육 당국이 발표한 장문의 칙령에는 여성의 복장 규정과 함께 수업이 남녀로 분리돼 이뤄져야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적어도 커튼으로라도 분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이게 어렵다면 적어도 좋은 성품을 가진 노인 남성 교원만이 여학생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각 대학은 시설을 마련한 뒤 여학생과 여교사를 모집하고, 남녀 출입구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교 시 남녀 학생이 어울리지 못하도록 여학생은 5분 일찍 수업을 마쳐야 한다.

칙령은 2001년부터 시작된 미 군정기 아프간 내 우후죽순 생겨난 사립 대학과 칼리지에 적용된다.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는 여성의 대학입학률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이번 칙령은 사립대학들이 6일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면서 나왔다고 AFP는 전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많은 제약이 담기긴 했지만, 이번 결정은 탈레반 새 정부가 미 군정기 개교한 서구식 대학과 칼리지의 교육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AFP에 "여학생을 분리할 여강사나 수업이 충분치 않아 실현하기 어려운 계획"이라면서도 "여학생의 학업과 대학 진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탈레반 집권 1기 아프간 여성들은 이성 간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원칙과, 외출 시 남성 친지와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바 있다.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