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탄츠 지하 핵시설 화재…원심분리기 개발 피해" 인정

일부 이란 관리 "사이버 사보타주 가능성 제기"
혁명수비대, 해안지대 따라 "미사일 도시 건설"

이란의 중부 도시 나탄츠에 있는 지하 핵시설에서 지난 2일 화재가 발생해 핵시설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이란의 중부 도시 나탄츠에 있는 지하 핵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개발이 늦춰질 수 있게 됐다고 이란 정부 관리를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일 이란의 최고 안보 기구는 지난 2일 발생한 화재 원인이 규명됐지만 그 내용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이란 관리들은 '사이버 사보타주'일 수 있다고 추정했고, 한 관리는 이란은 이 같은 공격을 감행한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이버 사보타주=사이버 사보타주(Cyber sabotage)는 기업 혹은 조직의 정보망에 침투해 활동 거점을 마련한 뒤 기밀정보 수집 및 탈취하고 시스템과 데이터까지 파괴하는 방해공작을 일컫는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지난 2일 기사에서 화재가 이스라엘, 미국 등 적에 의한 사보타주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다뤘지만 이들 국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은 5일, 이란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가사의한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에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의 원자력에너지기구의 대변인을 인용해 "이번 일은 중기적으로 고성능 원심분리기의 개발과 생산을 늦출 수 있다"며 "이란은 손상을 입은 건물을 보다 앞서 설비를 갖춘 보다 큰 건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은 심대한 피해를 유발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이와 별개로,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의 해군 수장은 이란은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해안지대를 따라 지하 "미사일 도시들"을 건설했다면서 "이란의 적들에는 악몽"을 경고했다.

이란 당국은 이 같은 곳이 이란 모든 지역에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공개한 곳은 3곳이며, '미사일 도시'가 해안지역을 따라 건설됐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의 압박=나탄츠는 이란 농축 프로그램의 중심축이며, 이란 당국은 평화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서방의 정보 당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나탄츠에서 은밀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가동됐지만 2003년 중단됐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2015년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독일)'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체결했다. 이란은 원심분리기 대부분을 제거하고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아라크 중수로 설계를 변경하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기로 합의하는 대신에 제재 완화라는 혜택을 받기로 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부과하고 강화하자 이란은 핵협정 약속을 점차적으로 줄여왔다.

포 사격 중인 이란 정예 혁명수비대(IRGC). ⓒ 로이터=뉴스1

핵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나탄츠 시설에서만 우라늄 농축이 허용됐다. 5000여기의 1세대 구형 원심분리기 IR-1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란은 첨단 원심분리기를 설치했다.

제개가 유지되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란은 서방의 비난을 무릎쓰고 혁명수비다가 운영하는 방어용 미사일 능력을 계속 증강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인 "최대한의 압박"을 지지하고 있다. 이 정책은 이란의 핵 활동에 더 엄격한 제한을 두고,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고, 지역 대리전쟁을 끝내는 새로운 협정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스턱스넷 공격=앞서 2010년 제조와 사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관여된 것으로 널리 인정되는 웜바이러스 스턱스넷(Stuxnet)이 나탄츠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격에 사용된 뒤 발견된 바 있다. 사이버 공격을 받은 지 2개월 뒤, 이란 측은 바이러스가 이란 핵시설을 감염시켜 원심분리기의 작동을 멈추게 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주로 지하에 있는 나탄츠농축공장(FEP)은 IAEA 사찰단이 감시하는 여러 이란 시설 중 하나이다. IAE는 지난 3일, 화재 발생 장소에는 핵물질이 있지 않았고, 당시에 사찰단언도 체류하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