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르완다 대학살 22년 만에 '첫 사과'

'자비의 희년' 대학살 가담 처음으로 인정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한 성당에서 발견된 수천 점의 유골들.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가톨릭 교회가 20일(현지시간) 1994년 발생한 르완다 대학살에 대해 22년만에 사과를 표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톨릭 주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교회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 우리는 모든 가톨릭 교도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 우리는 교회 구성원이 신의 규율에 충성하겠다는 서약을 어긴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

르완다 대학살은 벨기에 식민통치 이후 깊어진 후투족과 투티족 갈등에서부터 시작됐다. 벨기에가 당시 전체 인구 중 14%에 해당하는 투치족을 우대하고 85%를 차지하는 후투족을 차별하면서 종족 갈등을 키웠기 때문이다.

르완다는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했지만 갈등의 씨앗은 증오와 복수를 먹고 자랐다. 후투족은 식민 시절 억압으로 인한 분노를 표출하고 투치족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후투족은 1994년 쥐베날 하브자리마나 대통령이 비행기 격추 사건으로 숨지자 권력 공백을 틈타 투치족 집단 학살을 벌였다. 약 100일 동안 80만~100만명이 사망했고 피난민은 200만명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가톨릭 사제도 가담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들 중 다수가 성직자, 신부, 수녀의 손에 직접 살해당했다.

특히 아타나세 세롬바 신부는 투치족이 성당으로 피신한 상황에서 불도저로 성당을 무너뜨려 수천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르완다전범국제재판소(ICTR)에서 15년형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가톨릭 교회는 지금까지 대학살 공모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정부 진상조사위의 조사에도 협조적이지 않았다. 이번 사과문은 22년만에 처음으로 르완다 대학살에 교회가 가담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르완다 대학살의 피해자들. ⓒ AFP=뉴스1

가톨릭 주교회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증오 범죄를 용서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우리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신 서로를 죽였다"고 밝혔다.

필립 루캄바 르완다 주교는 "이번 성명 발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비의 희년'이 마무리되는 20일을 맞아 화해와 용서를 북돋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완다 대학살 진상조사위원회는 "교회의 사과 발표를 환영하고 르완다의 화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주교들이 대학살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사과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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