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 타계… 이-팔 엇갈린 평가(종합)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로이터=News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가 타계했다. 향년 85세.

이스라엘 육군방송은 11일(현지시간) 아리엘 샤론 전 총리가 타계했다고 가족들의 말을 인용해 밝혔다.

샤론 전 총리의 아들 길라드 샤론은 텔 하쇼머에 있는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아버지가 별세하셨다. 그가 가시고 싶은 때 떠나셨다"고 말했다.

그가 치료를 받았던 시바 메디컬센터는 "샤론의 상태를 안정시키려고 갖가지 노력을 다했다"면서 "그가 정오(GMT)께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강경파 인사인 샤론 전 총리는 지난 2005년 가자지구 철수를 단행한 이듬해 1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후 약 8년간 혼수상태로 지내면서 호흡기에 의존해 왔으며 지난해 9월께 새 영양공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별세하기 전 신장을 비롯한 심각한 장기부전에 시달린 샤론은 지난 1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호전 가능성이 낮게 전망됐다.

샤론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국민들은 샤론 전 총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그의 죽음에 대해 고개를 숙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에 대한 기억은 영원히 이스라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 샤론 전 총리를 "이스라엘 국민의 보호하기 위해 투쟁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는 이스라엘 최초의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군사 지도자이자 이스라엘의 11번째 총리"라고 언급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그의 죽음에 '범죄자'라며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파타당 지브릴 라주브 보좌관은 "샤론 전 총리는 2004년 숨진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암살과 관여된 범죄자"라며 "우리는 그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서는 것을 보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성명을 통해 "폭군이 떠나면서 우리에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우리들은 그의 죽음에 행복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죽음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928년 태어난 샤론 전 총리는 14세에 이스라엘 건국 전 유태인 조직에 가담하며 군인의 삶을 살았다.

1948년~1973년 네차례의 중동전쟁 과정 중 1967년 '6일 전쟁', '1973년 '욤 키르푸 전쟁' 등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으며 1973년 퇴역 후 국수주의 성향의 리쿠르당을 조직했다.

1977년 리크루당 대표로 활약한 그는 이후 농업부 및 국방부 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1982년 레바논 침공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겨냥한 침공으로 레바논 외각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캠프에서 2000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데 책임을 지고 국방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1985년 다시 내각 장관으로 복귀한 데 이어 1990~1992년에는 사미르 정부의 건설부 장관을 지내면서 정착촌 확장 정책을 추진했으며 네타냐후 총리 내각 당시 외무부 장관도 겸직했다.

2000년 9월 이슬람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제2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를 촉발시켰으나 2003년 5월 미국과 유엔,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중동평화 로드맵’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8월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38년간 점령했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포기를 주도했다. 이는 리쿠르당의 분열을 초래했으며 그는 카다미당을 창당했다.

같은해 12월 중풍으로 입원했다 퇴원했으나 이듬해 1월 4일 중풍이 재발하며 약 8년간 혼수상태로 지내왔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