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면받은 온두라스 전 대통령 귀국…"마녀사냥 끝났다"

美 마약밀매 유죄로 45년형 선고받았다 트럼프 사면
고국선 횡령·돈세탁 혐의 재판 예정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4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면으로 석방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귀국했다.

AFP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전세기편으로 수도 테구시갈파 인근 공항에 도착한 뒤 코마야과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했다.

농장에서 수백 명의 지지자들 앞에 선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결정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는 대통령(트럼프)이 사건을 면밀히 검토한 뒤 '엄청난 사법적 불의가 있었고,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법제도를 악용한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8월 3일 온두라스 법원에 출석해 사기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그가 첫 대통령 선거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공금 200만 달러를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가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한 점을 고려해 체포영장 집행을 일시 중단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진실이 내 편인데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온두라스를 통치했으며, 퇴임 직후 후임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정부에 의해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법원은 2024년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 등 카르텔 지도자들과 공모해 수백t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데 가담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온두라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경우 온두라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개입은 온두라스에서 선거 개입 논란을 불러왔고, 카스트로 당시 대통령과 여권은 미국의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선에서는 아스푸라 후보가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 당시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사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마약 밀매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국가원수를 사면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불러왔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좌파 세력의 '급진주의'가 다시 득세할 경우 정치 복귀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의 2017년 재선은 연임을 금지한 헌법에도 연속 출마를 허용한 대법원 결정과 개표 부정 의혹 등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당시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30명이 사망했다.

법률 전문가 호아킨 메히아는 AFP에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완전한 면책 상태로 귀국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