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 밥먹여야지"…지진 참사 베네수 휘감은 '연대' 물결

전국 각지서 몰려드는 자발적 구호 행렬이 정부 빈자리 메워
'분홍 여단' 의료진부터 반려동물 구조대까지…온정 이어져

지난 24일 발생한 연쇄 강진으로 폐허가 된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마이케티아에서 30일 자원봉사자들이 구호 물품을 나르고 있다. 2026.6.30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밥 먹을 때마다 굶는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서 죄책감이 들어요."

연쇄 강진으로 폐허가 된 베네수엘라 라과이라 주민 아이스마르 로페스는 30일(현지시간) AFP통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쇄 강진 속에서도 다행히 집이 온전했던 로페스는 매일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피소로 날라주고 있다.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라과이라에서는 로페스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구호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개인 차량에 생수·음식·화장지·비누 등 생필품을 가득 싣고 라과이라로 집결했다.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평범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스스로 메워나가는 모습이다.

월드센트럴키친(WCK) 등 국제 구호 단체들의 급식 트럭도 쉴 새 없이 도시를 누비며 이재민의 식사를 챙기고 있다.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마이케티아에서 30일 이재민들이 쉼터에서 휴식하고 있다. 2026.6.30 ⓒ AFP=뉴스1

아파트가 무너져 길거리에 나앉게 된 나탈리 카르도나(24)는 AFP에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 곳곳에는 화사한 분홍색 완장을 찬 이들이 눈에 띈다. 다른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달려온 의료진과 의대생들이 결성한 '분홍 여단'(Pink Brigade) 사람들이다.

분홍 여단은 골프장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를 돌며 고혈압과 탈수,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 이재민들을 돌보고 약품도 나눠준다. 이곳에는 멕시코와 이탈리아,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온 해외 의료진들도 힘을 보태며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갈 곳을 잃은 반려동물들에게도 구호의 손길이 닿고 있다. 카라카스에서 온 수의사 헤수스 페레스는 동료들과 함께 지진으로 다치거나 방치된 동물들을 위해 사료와 수액, 의약품을 챙겨 왔다.

페레스는 "구조된 개와 고양이들이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생존자들은 낯선 이들의 온정에 의지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고 있다. 집을 잃고 친척 집에 머무는 라오니 이사기레는 AFP에 "정부의 무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전국 각지에서 온 기부 물품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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