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새 대통령은 '초강경 치안' 극우 변호사…트럼프도 응원

데 라 에스프리에야, 0.96%p차 초박빙 승리…4년 좌파정권 끝내
'대형교도소 건설·무장단체 협상 중단' 공약…엘살바도르 부켈레 연상

2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우파 성향 대선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좌파 후보 이반 세페다와의 결선투표 잠정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지지자들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2026.06.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극우 성향 변호사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승리했다. 지난 2022년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집권으로 첫 좌파 정부를 탄생시켰던 콜롬비아가 4년 만에 다시 우파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트는 셈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잠정 개표 결과 득표율 49.66%를 얻어 좌파 후보 이반 세페다 상원의원(48.70%)을 근소하게 앞섰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96%포인트에 불과했다.

다만 최종 결과는 공증인과 판사가 감독하는 공식 검증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세페다 측은 잠정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당분간 정치적 긴장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정치 경험이 없는 변호사 겸 기업인 출신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호랑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선거 기간 자신을 기성 정치권 밖 인물로 부각하며 치안 회복과 경제 재건을 앞세웠다.

핵심 공약은 강경 치안 정책이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마약 조직과 불법 무장단체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했고, 무장세력과의 평화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갱단을 상대로 대규모 체포와 수감 정책을 밀어붙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치안 모델을 연상시키는 10개 대형 교도소 건설도 공약했다.

2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우파 성향의 대통령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지지자들이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 잠정 개표 결과 발표 후 기뻐하고 있다. 2026.06.21. ⓒ 로이터=뉴스1

경제 분야에선 정부 규모를 40% 줄이고 감세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석유 탐사를 확대하고, 땅속 암석층을 고압으로 깨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수압파쇄 공법, 이른바 '프래킹'도 허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페트로 정부가 추진해 온 에너지 전환, 사회개혁, 무장단체와의 평화 협상 노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의 대선 승리는 콜롬비아 외교 노선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데 라 에스프리에야를 공개 지지하며 이번 선거가 콜롬비아와 미국 관계의 미래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그의 대선 승리에 축하 메시지를 내고 양국 간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중남미 마약 대응과 안보 전략에서 핵심 동맹국으로 꼽힌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 정부가 출범하면 마약조직 단속, 국경 안보, 베네수엘라 견제 등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공조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반면 콜롬비아 내부 갈등은 커질 수 있다. 콜롬비아는 지난 수십 년간 좌익 게릴라, 우익 준군사조직, 마약 조직, 정부군 간 충돌을 겪어 왔다. 페트로 정부는 무장단체와의 협상을 통해 폭력을 줄이려 했지만,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협상보다 진압을 앞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8월 7일 취임할 예정이다.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한 공식 검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의 승리는 콜롬비아 정치가 좌파 개혁 실험에서 우파 치안 강경 노선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란 게 외신들의 평가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