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 것" 쿠바, 전쟁 분위기 고조…소련식 게릴라 훈련 재가동
CIA 국장 방문 직후 카스트로 기소설…'마두로 시즌 2' 준비하나
첫 '전시 안내서' 배포…주민들 "전쟁나면 고통 끝날 수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는 쿠바가 전쟁 준비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위협에 시달려 온 쿠바에서 '미국인들이 올 때'(Cuando vienen los americanos)라는 표현은 수없이 많은 장기적 문제 중 하나가 언젠가 해결될 것이라는 뜻의 블랙 유머다.
CNN은 이 표현이 더 이상 유머가 아니고 미국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올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연이어 이란 다음 목표가 쿠바라는 발언을 반복해 왔다. 미국 정부는 쿠바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과 공산주의 체제 개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은 지난 14일 쿠바 아바나를 방문해 쿠바 내무부 장관과 회담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랫클리프 국장은 쿠바 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감청 기지를 운영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쿠바와 미국 관계에 대한 책을 쓴 피터 콘블루는 CIA 국장이 공산주의 국가를 방문한다는 것이 "역사적 아이러니의 극치"라며 랫클리프의 임무가 "쿠바가 표면상 거절할 수 없는 '받아들이거나 죽거나' 식의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복종 외교'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방문 직후 미국 법무부가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1996년 미국 내 쿠바 이민자들이 설립한 인도주의 단체 '형제들의 구조대' 소속 비무장 세스나기 2대를 쿠바 공군이 격추해 탑승자 4명이 모두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시 지휘 계통에 있던 카스트로에 책임을 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쿠바의 실권자로 알려진 카스트로가 기소되면,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무력으로 체포해 법정에 세운 것과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CNN은 "최근 몇 달간 미국이 쿠바에 대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당근은 선택지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위협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쿠바 관영 언론은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구상했던 '전체 인구 전쟁'의 일환으로 민간인들이 군사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 구상은 정부가 무장시킨 쿠바인들이 외국 침략자에 맞서 소모전 형태의 게릴라전을 벌이는 구상으로, 베트남 전쟁 시기의 게릴라전과 유사하다.
공개된 영상 중 일부에는 병사들이 더 오래된 소련제 무기를 들고 훈련하거나 소를 이용해 대공포를 끌고 가는 모습이 나왔다.
쿠바 민방위청은 국민들에게 침공 시 행동 요령 안내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군사 역사학자인 할 클레팍은 CNN에 쿠바군이 현대식 무기가 없으나 과거 자연재해 등에서 드러난 쿠바 정부 특유의 동원력으로 미군에 대해 끈질긴 저항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쿠바 국민들은 전쟁을 막는 것보다도 극심한 경제난이 끝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바나의 정전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전쟁으로 인해 "우리 중 절반이 죽더라도, 나머지 절반은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나의 한 주민은 "그들(정부)은 마치 허리케인이 닥칠 것처럼 준비하라고 말하지만 이미 우리에겐 필요한 물자가 모두 바닥났다"고 꼬집었다.
다만 전쟁이 일어나서 현재 쿠바 정권이 무너지면 정치 보복으로 인해 더 극심한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쿠바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아다 페레르는 "“쿠바 역사상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 즉 인기 없는 정부가 축출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무너졌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뒤에는 항상 폭력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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