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퍼주는 형제국 베네수엘라가"…분노와 걱정 휩싸인 쿠바
쿠바, 美 마두로 축출에 "야만적 납치" 비난하며 연대 과시
베네수 석유 공급 차질 우려…트럼프, 쿠바도 무력개입 위협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이후 쿠바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야만적 납치"라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아바나 전역에서는 불안과 분노가 뒤섞인 여론이 확산했다. 베네수엘라에 의존해 온 석유의 공급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전력난과 연료 부족에 시달려온 쿠바 사회는 한층 더 불안정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오전 소집된 회의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고, 저속하고 야만적인 납치"라고 규탄했다. 그는 미국의 공격을 "이스라엘 시오니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에 비견될 만한 국가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미국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두 차례 쿠바를 점령했고,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미 중앙정보부(CIA)는 1961년 피그만 침공(미국이 훈련시킨 망명 쿠바인들 1400명을 카스트로 정부 전복을 위해 쿠바 남부 피그만에 상륙시킨 군사작전)을 포함하여 공산 정권 전복을 위한 여러 차례의 시도를 지원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쿠바가 별로 잘 지내고 있지 않다"며 쿠바 국민들이 "오랜 세월 고통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는 우리가 결국 이야기하게 될 주제가 될 것"이라며 "쿠바는 현재 실패한 국가, 매우 심각하게 실패한 국가다. 우리는 쿠바 국민을 돕고 싶지만, 쿠바에서 쫓겨나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쿠바에 대한 군사 행동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이전 발언을 번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니, 쿠바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쿠바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다음 공격 목표가 될 위협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원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제거된 것도 쿠바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형제처럼 서로 의존해 온 국가다.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졌지만, 그에 너무 의존해 다른 산업과 전문 인력 양성이 이뤄지지 않았던 반면 쿠바는 교육과 의료에 국가적 투자를 집중해 전문 인력이 풍부하다. 그래서 한쪽은 석유를 주고 한쪽은 인적 자원을 주는 상호의존적 관계가 형성됐다.
베네수엘라산 석유 공급은 최근 몇 년간 공급량이 감소했지만, 쿠바의 노후화된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한 68세 은퇴 여성은 "베네수엘라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제 이런 문제가 생겨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3일 미국 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마두로 지지 행사에서 쿠바 대통령은 동맹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쿠바의 변함없는 충성을 선언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위해서, 그리고 물론 쿠바를 위해서도 우리는 우리의 피일지라도 흘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쿠바 각지에서 이와 유사하게 베네수엘라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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