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는 사라졌지만 독재정권은 남았다?…베네수엘라 정국 안갯속

대법원은 권한대행 명령, 부통령은 항전…"마두로 체포에도 정권 생존 가능성"
베네수엘라 국민들 환호 뒤에 숨은 공포…"또 다른 독재자가 올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국 마약단속국(DEA) 본부에서 DEA 요원들에 의해 이끌려가고 있다. 2025.1.3 ⓒ AFP=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에 대해 "놀랍고 강력한 작전"이라고 자평했지만, 정작 베네수엘라를 누가 통치할지 불확실성을 남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선거나 민주주의 이양 등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마두로 체포 직후 권한대행으로 취임했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했다고 밝혀, 그가 정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특히,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실질적이고 일시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과 직무를 대행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에 출연해 "베네수엘라는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마두로가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입장을 냈다.

로이터는 이날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방송에 자신의 오빠이자 국회의장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과 함께 등장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두로와 권력을 나눠 가졌던 핵심 그룹이 현재로서는 단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2024년 대선 승자로 인정하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 코리나 마차도는 지도자로서 지지와 존중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10년 넘게 베네수엘라의 실질 권력은 소수의 고위 인사 집단이 쥐고 있었다"면서 "베네수엘라 현 정권 전체를 해체하는 것은 마두로 한 명을 제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2025.03.10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그러면서 카베요 장관에 대해 "군과 민간의 정보기관을 장악하고 있으며, 반대파를 고문하고 압박해 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중무장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국영 TV에 등장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두로는 체포됐지만, 그가 이끌었던 정권이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작전이 군 내 일부 세력이 지지하는 협상된 정권 이양의 일부일 수 있다고 현지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샤넌 오닐 미외교협회(CFR) 수석 부회장 겸 연구 디렉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통제와 석유 인프라 복구를 약속했지만, 미국 의회와 국민이 장기 점령을 감수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향후 수주·수개월 간 불확실성과 혼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3일(현지시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후 축하하고 있다. 2025.1.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록산나 비질 CFR 국제안보 연구원은 "사실상 석유 중심의 장기 점령 시작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인근 국가들이 이주 및 폭력 등의 결과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맥수 부트 CFR 국가안보 선임 연구원도 베네수엘라 상황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사례처럼 혼란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BBC는 베네수엘라에선 독재 종식에 환호하는 시민들도 많지만, 미국의 개입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번 사태가 폭력적인 분열이나 장기적인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까 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800만 명의 해외 망명자들은 고국으로의 복귀를 꿈꾸지만, 마두로 대신 또 다른 독재자가 들어설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