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美국채금리 36년 만에 최강 밀착…"채권 투자자도 유가만 본다"
WTI·10년물 금리 상관관계 65%…1990년 걸프전 당시 사상 최고 66% 근접
WTI 배럴당 1달러 오르면 10년물 금리 2bp 상승…호르무즈가 채권시장 좌우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1990년 걸프전 이후 가장 강한 상관관계로 동조화하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이 유가를 넘어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전망까지 좌우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29일 FT에 따르면 파생상품거래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집계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상관관계는 이달 65%까지 상승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1990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66%에 근접한 수준이다.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이처럼 밀접하게 움직이는 것은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전망을 직접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원유 수출의 약 20%가 평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마이크 리델 펀드매니저는 채권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각국 경제지표와 중앙은행 발표를 세밀하게 분석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며 "지난 3~6개월 동안 우리는 사실상 유가 트레이더였다"고 말했다.
TS롬바드 분석에 따르면 WTI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0.02%포인트(2bp·1bp=0.0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28일 유가가 장중 최대 4.5% 급등하자 미국 10년물 금리도 최대 0.09%포인트 뛰었다. 10년물 금리는 올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분쟁 초기만 해도 투자자들은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을 중앙은행이 일시적 현상으로 넘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판단이 달라졌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미 물가가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자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이달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올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등 전통적인 경제지표보다 유가가 채권가격을 좌우하는 현상이 강해졌다고 FT는 전했다.
피터 샤프릭 RBC캐피털마켓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올해 단기 국채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달라졌다며 에너지 가격이 중앙은행 정책을 결정하는 구체적이고 식별 가능한 변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맨디 쉬 Cboe 파생상품시장 인텔리전스 책임자는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국채금리가 어디로 갈지는 연준보다 이란 상황에 더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분쟁의 향방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유가와 채권금리의 높은 연동성도 당분간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FT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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