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AI 빚잔치에 회사채 위험서열 역전…SK하닉-아마존 동급
2031년물 금리차 9bp 불과…1년 전의 3분의 1
AI 투자 차입 6000억달러 넘어…신흥국 회사채 반사이익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로 빚을 내면서 글로벌 회사채 시장의 전통적인 위험 서열이 흔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일부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가 미국 빅테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031년 만기 SK하이닉스(000660) 회사채의 수익률은 같은 만기의 아마존 채권보다 불과 9bp(1bp=0.01%포인트) 높다. 격차는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신용위험을 헤지하는 비용도 상당수 미국 기술기업보다 낮아졌다. 개별 기업을 넘어 신흥시장과 미국 회사채 사이의 위험 격차도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JP모건체이스 지수에 따르면 미 국채 대비 신흥시장 회사채와 미국 회사채의 가산금리(스프레드) 차이는 현재 불과 몇 bp까지 좁혀졌다. 역사적으로는 30~50bp 차이가 났다. JP모건은 올해 말 두 시장의 스프레드가 완전히 같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경쟁으로 미국 빅테크의 차입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받았던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기업들이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회사채 위험도가 재평가된 것은 미국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AI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술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위해 전 세계에서 이미 6000억 달러 이상을 차입했다.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규모는 2030년까지 수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빅테크의 차입 비용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푸니트 샤르마 취리히보험 시장전략 책임자는 "신흥시장 스프레드는 더 축소될 수 있으며 선진시장보다 낮아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시장 회사채가 미국 AI 차입 급증의 "수동적인 수혜자"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기술기업의 재평가는 다른 회사채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텐센트의 2031년 만기 회사채 가산금리는 같은 만기의 애플과 비슷하다. 무디스 신용등급은 애플이 텐센트보다 4단계나 높지만 채권시장에서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은 거의 같아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대만 TSMC와 메타는 모두 무디스 Aa3 등급이지만 TSMC의 2031년 만기 달러채 스프레드는 메타보다 약 20bp 낮다. 2년 전에는 TSMC가 메타보다 약 25bp 높았지만 완전히 역전됐다.
미국 빅테크 회사채에는 앞으로 쏟아질 신규 발행 물량과 AI 투자가 실제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키 호지스 노무라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막대한 채권 발행과 AI 설비투자의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미국 회사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향후 AI 차입 기업들의 채권 구조조정 위험이 높아지고 스프레드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흥시장 회사채 가격이 이미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어트 매커런 에이곤자산운용 신용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기술기업의 스프레드가 너무 좁아졌다며 관련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가 계속 확대되면 일부 신흥시장 채권을 미국 채권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